아빠와 나는 다르다. 나를 아빠의 아들로 보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그저 당혹스러웠다. 내가 아빠와 닮았다고? 아들인 내가 아빠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내 의심은 커져만 갔다. 나는 아빠 아들인가? 저 사람이 정말 내 아빠 맞나? 나는 빨간 피가 나온다. 내 몸 안에는 빨간 피가 돌고있다. 우리 아빠도 마찬가지일까? 아빠 몸 안에 흰 피가 돌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아빠를 칼로 찔러서 피 색을 확인해봤다. 아빠는 죽었다. 시체를 땅에 묻었다. 그렇게 땅 속에 묻혀있으면 깨어나도 소용없다. 공기라곤 없는 곳에서 흙의 무게에 짓눌려 바로 다시 죽을 것이다. 삶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완전히 없애버렸네. 잔인하기도 하지. 잘 모르겠다. 왜 죽은 걸까. 칼에 찔렸기 때문에? 내 두 눈으..
아침에는 역시 누텔라에 빵 발라 먹는 게 최고! 나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누텔라? 누텔라가 뭐지? 한국어의 고유어나 한자어는 아닌 것 같다. 한국어로 번역되기 매우 어려운 서양 철학의 개념인가? 힌두 철학의 개념인가? 이슬람교의 율법을 지칭하는 건가? 적절한 단어를 써서 직관적으로 의미가 전달되도록 번역하는 것이 번역자의 의무이다. 니가 번역하기 귀찮다고 음차하냐? 니가 멍청해서 니 능력 부족으로 음차하냐? 도데체 번역자는 뭘 한 거야? 내가 모르는 개념을 듣고, 나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원래 사람이란 이해하지 못하면 화를 내는 법이다. 추후에 알았다. 누텔라는 빵을 발라먹는 초코맛이 나는 잼 비슷한 것이라는 것을. 그러면 누텔라 말고 초코잼이라고 하면 되잖아? 도데체 번역자는 뭘 한 거야? ..
나는 자살자다. 대표자는 대표하는 사람이다. 감시자는 감시하는 사람이다. 나는 자살하는 사람이다. 나는 자살자다. 연기자는 연기하는 사람이다. 예술가는 예술하는 사람이다. 정치가는 정치하는 사람이다. 과학자는 과학하는 사람이다. 장례지도사는 장례를 지도하는 사람이다. 배우자는 무엇이든 배우자는 사람이다. 소방관은 소방용 급수관을 정비하는 사람이다. 요리사는 여자를 요리하는 사람이다. 요리사람은 여자사람을 요리하는 사람이다. 여자 요리사는 여자를 요리하는 여자사람이다. 여자 요리사람은 여자사람을 요리하는 여자사람이다. 여자사람 요리사람은 여자사람을 요리하는 여자사람사람이다.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는 각각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과 바이올리노를 잘 치는 사람이다. 자살자는 자살하는 사람이다. 나는 자살자다..
소설 쓰기에 대해 이야기하자. 기본적인 뼈대를 세우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 사람이 살았다. 죽었다. 한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전부가 담긴 이야기이다. 삶, 그리고 죽음, 그것이 모든 것 아니겠는가? 이제 다 알았다. 그의 삶에 대해 썼고, 죽음에 대해 썼다. 더 쓸 것은 없다. 2 이 해에 성부께서 가세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들 학봉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려고 태인 장군리(泰仁 將軍里) 황씨 집성촌에서 황준재(黃俊哉)라는 이름 있는 훈장을 구하여 들이시거늘 3 훈장이 어린 학봉께 “도령, 공부해야지?” 하고 하대하니 학봉께서 물끄러미 훈장을 쳐다보시다가 4 스스로 천자문을 펼치시어 ‘하늘 천(天)’ 자와 ‘땅 지(地)’ 자를 집안이 울리도록 큰 소리로 읽..
나는 스트레스형 인간이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고, 아무 일이 없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옆 방 목소리 왼쪽 방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두 명이 이야기하고 있다. 보통 혼자서 그런식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내 경우 머리속에서 혼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은다. 그러나 미친 사람은 혼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옆 방 사람이 미쳤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두 목소리가 동시에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 하나로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적어도 두 명이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두 명이 넘을 수도 있다. 두 명만 말하고, 나머지는 숨죽이고 있을 수도 있다. 여기는 2인실이다. 왼쪽 방도 2인실일까?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종종 숙박 인원수를 속이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방 정원은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여전히 옆 방 사람이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
나는 수학을 증오한다. 수학이 너무 싫다. 시발 존나 싫다. 아 시발 개 좆같은 수학. 시발 내가 지금 보는 책 저자 개새끼.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수학을 증오하는 이유는 수학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애증이다. 매일 고통받고 욕을 퍼부으면서도 수학을 버리지 못하고 산다. 내가 아는 많은 이들도 나와 같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회식을 할 때는 언제나 수학과 관련없는 잡답을 한다. 수학 얘기를 할 때는 언제나 수학 욕을 한다. 낮에는 다른 일 하고 밤에 남는시간에 수학하는 거 가능? 가능할리가. 다시 태어나면 '정의', '정리', '증명', 이런 거 튀어나오는 책은 쳐다도 안 본다. 원래 정의는 justice 정리는 organize 증명은 certificate 라는 뜻임. 하긴 뭐 결국 포기..
뷔페에 가면 음식을 무한으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엄정한 수학적 의미에서의 무한은 아니다. (1)내가 먹을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고, (2)준비되어 있는 음식의 양 역시 한계가 있고, (3)무엇보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의 첫 문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올바르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뷔페에 가면 음식을 유한으로 먹을 수 있다. 이 문장은 사실이지만 의미는 없다. 절대 반박되지 않을, 아주 엄정한 사실이다. 그러나 의미는 없다. 원래 명제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강하면 강할수록 의미는 없어진다. 특허 출원도 이와 같다. 강한 청구항이 포함될수록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꼰대들의 인생 조언도 이와 같다.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조언일수록 신빙성은 떨어진다. 사랑도 이와..
재밌네요 하다 보니까 이것도. 예전에 2000년대 초반에 크아 많이 했었는데. 크레이지 아케이드 이거 봄버맨 베낀 거잖아요. 저도 다 알아요. 그래도 게임이 재미있고 캐릭터가 귀여우니 인정합니다. 물풍선 컨셉도 귀엽고 좋아요. 저 예전에 크아 캐릭터 정말 좋아했었는데. 어디까지를 베낀 거라고 해야 하나... 갤럭시는 아이폰을 베낀 것인가. 모든 FPS는 다 비슷한데 서로 베낀 것인가. 잘 모르겠다. 예전에 크아에서 이벤트 꾸미기 아이템으로 이라크전 반대 배경을 무료로 나눠주던 것이 기억나네요. 전쟁이라... 전쟁은 나쁜 것이죠.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전쟁은 어째서 일어나는 걸까요? 잘 모르겠네요 저는. 저는 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걸까요? 병사로 징집되어 끌려 가기 싫어서? 죽을지..
"어려운 문제를 풀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정말? 쉬운 문제를 풀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아니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어려운 문제를 풀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풀 수 없어서 스트레스가 쌓인다. 시간을 계속 허비하지만, 여전히 풀 수 없어서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너한테는 어려운 문제가 걔한테는 쉬운 문제라서 그래" 라며 걔에 대한 내 상대적 멍청함을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주관적인 난이도를 기준으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말하는 쉬운 문제란, 푸는 사람 본인에게 쉬운 문제이고, 내가 말하는 어려운 문제란, 푸는 사람 본인에게 어려운 문제이다. 걔도 나처럼, 주관적인 난이도를 기준으로 말한 것 아니었나? 생각해보면 보장은 없다. 걔가 주관적 난이도를 논하는 것이 아니었을수도 있다. 그런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