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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나는 다르다. 나를 아빠의 아들로 보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그저 당혹스러웠다. 내가 아빠와 닮았다고? 아들인 내가 아빠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내 의심은 커져만 갔다. 나는 아빠 아들인가? 저 사람이 정말 내 아빠 맞나? 나는 빨간 피가 나온다. 내 몸 안에는 빨간 피가 돌고있다. 우리 아빠도 마찬가지일까? 아빠 몸 안에 흰 피가 돌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아빠를 칼로 찔러서 피 색을 확인해봤다.
아빠는 죽었다. 시체를 땅에 묻었다. 그렇게 땅 속에 묻혀있으면 깨어나도 소용없다. 공기라곤 없는 곳에서 흙의 무게에 짓눌려 바로 다시 죽을 것이다. 삶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완전히 없애버렸네. 잔인하기도 하지.
잘 모르겠다. 왜 죽은 걸까. 칼에 찔렸기 때문에? 내 두 눈으로 확인했지만 아직도 믿기 어렵다. 멀쩡하던 사람이 그렇게 바로 죽다니. 엄마는 말한다. 아빠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칼에 찔리면 원래 죽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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