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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99도에서는 끓지 않고 100도에서 끓습니다. 1도만 더 올리면 끓지만, 99도에서는 계속 고요한 상태입니다. 성취의 핵심은 마지막 1도에 있습니다. 지금 포기한다면, 마지막 1도를 놓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노력에 대한 격언이죠. 오래전부터 회자되던 말입니다. 구글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관련 결과가 아주아주 많이 나오네요. 김연아도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하죠?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순수한) 물은 (1기압에서) 항상 100도에 끓는 것은 아닙니다. 가열하는 용기의 종류에 따라 99도에서 끓기도 하고 101도에서 끓기도 하고 105도에서 끓기도 합니다. (장하석)
너 물 안 끓여봤니? 냄비에 물을 끓여보면 처음에는 기포가 조금씩 올라오다가 나중에는 아주 팍팍 올라온단다. 끓음과 안 끓음은 분명히 구분되는 이산적인 상태가 아니란다. 어휴 맨날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니까 물이 어떻게 끓는줄도 모르지. 역시 공부만 한 애들은 세상 물정을 몰라. 야 너 니가 난해한 이론에 빠삭해서 무지 똑똑한 것 같지? 바로 그런 걸 두고 탁상공론이라고 한단다. 공(空)이지. 그게 다 헛똑똑이야.
이처럼 물리학적 팩트로 격언을 논박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문자적 표현에 집착해서 달은 못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꼴이죠. 물 이야기는 그저 비유이자 일러스트레이션이었을 뿐인데.
그러나 물 이야기가 그저 비유이자 일러스트레이션일 뿐이라면, 그 비유와 일러스트레이션의 의미는, 더 나아가 원래 논지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논의를 정리하면 대충 이렇습니다.
- 물은 99도에 안 끓고 100도에 끓으니 마지막 1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마라.
- 아니 물은 100도에 안 끓는데?
- 내가 과학자냐? 지금이 과학시간이냐?
SF영화와 과학적 사실의 관계가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 이 SF영화는 과학적으로 엉터리임.
- 죄다 과학적이면 그게 그냥 과학이지 영화냐?
- 영화적 허용에 제한이 없다면 그게 SF냐?
라이트노벨과 현실의 관계 역시 비슷할듯.
- 왜 저런 애들이 죄다 주인공한테 사랑에 빠지지 못해 안달이지? 이 라이트노벨은 현실적으로 엉터리임.
- 죄다 현실적이이면 그게 그냥 현실이지 라이트노벨이냐?
- 라이트노벨적 허용에 제한이 없다면 그게 노벨이냐?
PC주의자들이 기존 문화의 차별적 요소를 비판하는 상황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 왜 해리 포터,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그레인즈, 알버스 덤블도어는 다 백인이지?
- 아 소설이잖아. 그냥 재미로봐 좀. 뭐가 그렇게 불편해? 무슨 불편의 달인이냐? 그냥 소설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어.
- 암묵적 편견을 긍정하는 차별주의자 같으니, 니가 사람이냐? 가해자보다 더 나쁜 게 방관자야.
갈피를 잡기 어렵네요. 이렇게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중용의 도를 잘 지킨다면, 그것이 바로 문제의 해결인 것일까요. 그러나 과연 어느 정도가 중용일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도 관찰할 수 있는 사실은, 분야별로 중용 또는 허용범위가 다르다는 것이죠.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지만 다음 스펙트럼으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듯 합니다.
- (허구)
- 고전순문학
- 장르문학
- 현대순문학
- 철학
- 사회과학
- 자연과학
- 수학(실재론적 관점에서)
- (사실)
제 블로그는 어디쯤에 있을까요? 맨 위?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물은 99도에서는 끓지 않고 100도에서 끓습니다. 1도만 더 올리면 끓지만, 99도에서는 계속 고요한 상태입니다. 성취의 핵심은 마지막 1도에 있습니다. 지금 포기한다면, 마지막 1도를 놓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과학적 사실을 들먹이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 99도인 줄 어떻게 알아요? 한 20도나 아니면 영하 270도일수도 있잖아요?
저는 카트라이더 L2 라이센스를 따고 싶어요. 무지 고인물 아니면 L2는 따기 참 어려운 것 같던데... 공방에서 L2있는 애들 참 빨리달리더라구여. L2 라이센스 투투 완전 어려워서 못 깨겠어요 ㅠㅠ 제가 지금 포기하면 99도에서 포기하는 걸까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L2를 딸 수 있을까요? 저 아무리 해도 실력이 안 오르는 것 같아서 그냥 카트라이더 아주 접으려고 생각중인데...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까요?
저는 노벨상을 받고 싶어요. 무지 고인물 아니면 노벨상은 참 받기 어려운 것 같던데... 노벨상 수상하신 분들 참 대단하시더라구여. 제가 오늘 삶을 끝내버린다면 노벨상을 수상할 수는 없겠죠. 다음달까지만 더 살면, 혹시 노벨상을 딸 수 있을까요? 아 노벨상은 1년에 한 번 수여하는구나. 음 그럼 내년까지? 내년까지만 열심히 하면 노벨상 받을 수 있을까요?
노벨상도 못 딸 거 왜 사나요. 노벨상 없는 삶이란 마치 햄 없고 스팸 없고 소세지 없고 당면사리 없고 라면사리 없고 콩고기 없고 치즈 없고 콩 없고 두부 없고 김치 없고 떡 없는 부대찌개와 같죠. 고추가루에 파만 있는 부대찌개라니... 어휴 그냥 매운맛만 좀 날 뿐이고 아무 맛도 없고... 이런 걸 먹어야 하나?
저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성취의 핵심은 마지막 1도에 있는 법이죠. 99도에서는 계속 고요한 상태죠.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마지막 1도를 채워 물은 펄펄 끓고, 저도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을까요? 네? 노력을 하라고요? 자기관리를 하라고요? 아무런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지 말라고요? 그러나 저는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여자친구 없는 끔찍한 삶을 하루하루 지속하는 것 자체가 제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이죠. 저한테 할 수 없는 걸 하라고 하면 저는 할 수가 없어요. 당연하죠. 동어반복입니다.
제가 뭘 더 노력할 수 있을까요? 으음... 결혼정보회사 가입? 거기 이상한 사람들만 많다던데. (인터넷 카더라 통신)
지난 2월,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했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으로 이뤄진 한법협은 지난 2015년 출범해 현재 3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3년의 로스쿨 과정을 거쳐야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한법협 회원 대부분은 결혼 적령기다. 한법협 전홍규 대외협력이사는 “개인적으로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회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업체가 불친절하거나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협회 차원에서 결혼정보업체 한 곳과 협약을 맺으면 소속 변호사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체결 배경을 설명했다. 회원(변호사) 복지 차원에서 협회가 직접 혼인 성사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법협 남성 회원과 가연 여성 회원들을 위한 ‘로맨틱 시그널’ 미팅파티도 열렸다.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굳이 이런 협약 체결을 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대부분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가연 측 역시 구체적인 수요를 측정하진 않지만 “문의가 많이 오고, 특별히 신경써서 챙기고 있다”는 반응이다.일요신문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294669 제1353호 2018.04.14 10:46
로맨틱 시그널 미팅파티에 참여하려면 한법협 회원이 되어야 하고, 한법협 회원이 되려면 우선 법조인이 되어야 하고, 법조인이 되려면 먼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려면 로스쿨에서 3년 이상 공부해야 하고, 로스쿨에서 공부하려면 로스쿨에 합격해야 하고, 로스쿨에 합격하려면 리트를 잘 봐야 하고, (학점 및 학벌 및 영어는 이제와서 어쩔 수 없고) 리트를 잘 보려면 리트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저한테 할 수 없는 걸 하라고 하면 저는 할 수가 없어요)
말하자면, 산넘어산?! (개구리 중사 케로로 모아 흉내)
지금이 바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죠. 저는 남성입니다. 그러나 성기 수술을 포함한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면 (염색체는 못 바꾸더라도) 대한민국 법적으로는 여성이 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여성이 되어 가연에 가입하는거죠! 그러면 변호사가 아니어도 로맨틱 시그널 미팅파티에 참여할 수 있어요!
그냥 해 본 소리죠 뭐. 별로 말이 안 되는 거 저도 압니다. 저 성전환 수술 받고 싶지 않아요.
- 성전환 수술 받기 vs 지갑 잃어버리기 (지갑에 현금 100만원 및 신분증 및 카드 및 기타등등 중요한 거 많이 듦)
닥후죠 이건.
왜 결혼정보회사 가입비는 그렇게 비싼 거지? 이거 그냥 안정적 결혼 문제(Stable Marrage Problem, SMP)잖아요? 그냥 게일-샤플리(Gale-Shapley) 알고리즘을 돌리면 될 뿐이잖아요? 아 맞다 게일-샤플리 알고리즘은 남자한테(프로포즈 하는 사람한테) 최적으로 유리한 매칭 알고리즘이었지. 반면 여자한테는(프로포즈 받는 사람한테는) 최적으로 불리함.
결혼정보회사는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극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긴, 양성 평등을 위해서인데, 그 정도는 해야죠. SMP가 P라는 사실과는 달리, ESMT(Egalitarian Stable Matching Problem, 평등한 안정적 결혼 문제)는 PSPACE-완전임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완전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죠. 문제를 풀기 위한 비용이 무지하게 듭니다. 아 그래서 가입비가 그렇게 비싸구나. 그러나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만나는 문제인데, 고작 몇백만원하는 가입비는 별거 아닌 거 아닐까요?
저희는 당신의 가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저희 커플매니저들은 회원님에게 걸맞은 파트너를 추천해드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결혼제도는 인류 문명의 초장기부터 존재해왔습니다. 항상 해오던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성공적인 결혼은 행복하며 안정된 삶의 초석입니다. 성혼을 통해 개인주의에 빠진 현대인 구원, 저희의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