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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였다. 아빠는 말했다.

아빠: 전쟁은 예상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예상했다면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조선의 조정은 당파 싸움에 빠져있었고, 일본의 침략은 상상조차 못했다.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한 정부 및 국민은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당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북한의 끊임없는 핵 개발 및 군사도발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전쟁이 일어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전쟁은 바로 이런 순간에 일어났다.

아빠의 논리가 마음에 안 들었던 나는 반박했다.

나: 1900년대 말 멕시코가 미국을 침공할 줄 아무도 몰랐어요.

아빠: 뭔 소리야 갑자기?

당시 내게는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말할 능력이 없었다. 당시 내가 의도했던 바는 다음과 같다.

"A이면 B이다"라는 명제와 "B이면 A이다"라는 명제는 다르다. 마찬가지로, "A가 일어났을 때 B가 일어날 확률"과 "B가 일어났을 때 A가 일어날 확률"도 다르다. "전쟁이 일어났다면 그 전쟁은 예상되지 못했다"와 "예상하지 못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는 완전히 다르다.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결론을 위해서는 "예상하지 못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는 논거가 필요하다. 아빠는 그 논거를 역사에서 찾았지만,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은 그 논거로서는 매우 부족하다. "예상하지 못했고, 전쟁도 일어나지 않은 경우"를 훨씬 많이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1900년대 말 누구도 멕시코가 미국을 침공하리라 예상하지 못했고, 실제로 침공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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