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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에는 컴퓨터 본체 갤러리를 열심히 했다. 나는 네임드가 아니었고, 글을 많이 쓰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열심히 했다. 컴갤배 스타2 리그에 참가했었던 게 기억나네. 내가 저그고 상대가 테란이었는데 밴시로 공격해오더라. 바퀴가 공중 공격을 못 해서 결국 졌다. 아 스타2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
그 때 만나서 잠깐 이야기했던 분이 기억나네요. 닉네임이 기억 안 나니까 이하 A라고 하겠습니다. A는 서울 소재 명문대학교를 다니다 휴학 후 입대하셨죠. 성균관대였나? 그러나 A는 군대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죠.
선임: 너 진짜 제대로 하는 게 있기는 하냐? 맞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A: 김병장님께서 저를 때리셔서 분이 풀리신다면 때리셔도 좋습니다.
선임: 미쳤나 이새끼가?
그래도 시간은 흘러 흘러, A는 힘든 관심병사 생활을 마치고 결국 전역했어요. 그 후 복학하지 않고, 집에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네, 방에 콕 박혀서 나오지 않는 바로 그거요! 아버지는 허구한 날 집에서 컴퓨터만 하는 아들을 보며 화를 내셨죠.
(새벽에 밥 먹으러 부엌에 나갔다 아버지와 마주침)
아버지: ...
아버지: ... 네가 먹는 밥이 어디서 나오는 줄 아냐?
A: ... 네 ... 죄송합니다...
아버지: ... 어휴 ...
어머니는 아버지보다는 좀 더 상냥했다고 하네요.
어머니: 아들! 엄마가 아들 옷 사 왔는데 이거 입어봐!
A: (어머니 제가 25살인데... 제 옷 정도는 그냥 제가 사 입어도 되는데...)
A: (옷을 입어본다)
A는 여자친구가 없었어요. 하지만 A도 여자친구를 안거나 여자친구한테 안기는 걸 해보고 싶어했죠. 그래서 A가 생각해 냈던 방법이
글쓴이: A
제목: 여자친구 없으면 이런 것도 좋은것같아요
내용: 저도 꼴에 오늘따라 좀 외로운 기분이 들어서... 누군가한테 안기고 싶어서요. 그래서 이불을 말아서 그 위에 티셔츠를 씌웠어요. 그렇게 하면 돌돌 만 이불이 풀리지 않더라구요. 그 티셔츠 씌운 이불을 껴안고 있으니까 기분이 조금 좋았어요.
그걸 본 어머니는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어머니: 아들! 왜 이불에 티셔츠가 씌워져 있어?
A: (...)
어머니: 아들 빨리 여자친구 사겨...
어머니의 상냥한 태도가 A에게는 더 괴로웠다고 하네요. 아무튼 아버지의 압박에 못 이긴건지 뭔지, A는 복학을 했습니다. 복학 후에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촌스러운 패션으로, 강의실 뒷자리에 앉아서, 수업이 끝나면 집에 곧장 오는... 그런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음... 식사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학식에서 혼자서 밥을 먹었나? 아니면 화장실에서 빵이나 김밥을 먹었나?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교양 수업에서 과제가 나왔어요! 자기 취미에 대해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과제였죠. ㅋㅋㅋㅋ 보통 그런 과제 나오면 남들 발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나는 스마트폰만하고~ 그렇게 하지 않나? ㅋㅋㅋㅋ A는 미쿠를 좋아했어요. 네, 바로 그 초록색 양갈래머리 캐릭터 하츠네 미쿠요.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의 마스코트 캐릭터요. A는 미쿠를 소개하는 발표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슬라이드 중간중간 미쿠 목소리(일본어)(한국어 자막과 함께)도 넣어서요! 저는 "ㄷㄷㄷ 그런 발표는 하면 안 되지 않나" 라는 생각으로 A를 말렸어요! 그러나 A는 제 말을 듣지 않고 꿋꿋이 미쿠로 발표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발표가 성공적이었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긴 교양 수업 발표 과제야 성공이고 말고 할 것도 없나? 잘 하나 못 하나 그게 그거죠 뭐 ㅋㅋㅋㅋ
9년이 지난 지금, A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A님, 당시 당신과 짧게나마 이야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잘 살고 있기를 바랄게요.
아 그 사람 닉네임 생각났다. 확실하지는 않은데, "아누스"였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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