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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계산 2019. 7. 14. 00:42

초등학교 때는 일기장에 일기를 썼다. 학교 숙제였기 때문이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주로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오늘 학교에 갔다. 밥을 먹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갔다. 게임을 했다. 엄마가 잔소리를 했다.

아이들의 일기를 읽고, 선생님은 종종 말하곤 했다.

일기란 기본적으로 내가 오늘 겪은 일을 쓰는 것입니다. "나는 오늘" 이라는 어구로 일기를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너무나 당연한, 불필요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군더더기를 모두 오컴의 면도칼로 쳐내세요.

단지 일기 쓰기에만 적용하기에는 아까운 면도칼이네요. 역시 군더더기란 쳐내야 하는 법이죠. 그러나 나는 왜 내 머리카락을 쳐내지 않는 걸까? 머리카락은 삶에 필요없는 군더더기 아냐? 다리털은 쳐내지만, 머리카락은 못 쳐내겠다 이거야?

제 남은 삶 역시 군더더기가 아닐지. 쳐낼 필요가 있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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