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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정리하자.
이것은 토끼다. 오리가 아니라 토끼다. 저게 오리라니 말이 되냐? 오리는 끔찍하다. 오리는 기괴하다. 오리는 괴롭다. 오리는 고통스럽다. 묵묵히 나를 응시하는 오리의 눈은 내 모든 악한 생각들을 궤뚫어 나를 벌할 것이다. 오리의 부리가 내 귀를 찢고 눈을 파먹고 손가락을 자를 것이다. 부드러운 토끼 귀라면 그럴 일이 없다. 이것은 오리가 아니라 토끼다. 차갑고 딱딱한 오리 부리가 아니라 상냥한 토끼 귀여야 한다. 토끼가 아니라 오리라면 죽음이 차라리 낫다. 물론 토끼여도 죽음이 낫다. 죽음은 좋다. 비출생만 못하지만.
이것은 파이프이다. 이것이 파이프가 아니라면 저것은 오리도 아니고 토끼도 아니다. 그러나 저것은 토끼이고, 그러므로 토끼이거나 오리이고, 그러므로 이것은 파이프이다. 그러나 그림 밑에 불어로 쓰여있듯,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죽음.
파이프는 원통형이다. 보다 정확히는 원통과 위상동형이면 충분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안이 뚫려있어야 한다. 이것의 안은 뚫려 있을까? 내 두개골 안에는 뇌가 들어있을까? 이것의 안이 뚫려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내 두개골 안에 뇌가 들어있는지도 알 수 없다. MRI를 찍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찍어본 적이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것과 내 두개골은 현재로서는 동형이다.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 부먹 vs 찍먹
찍먹이다. 눅눅한 탕수육을 먹느니 죽음을 택하겠다. 바삭한 탕수육을 먹더라도 죽음을 택하겠다. 결국은 죽어야만 한다. 죽음을 피할 길은 없다.
- 1+1=2
일 더하기 일은 이이다.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대수 구조의 공리들은 1+1=2 라는 사실보다 자명하지 않다.
- 48÷2(9+3)
48÷2(9+3)를 계산하면 무엇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2나 288이 나올 것이다.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지난 8년간 증명을 시도해보았으나 아무 성과도 없었다. 나는 모든 혼란을 정리해 철학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이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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