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은 모두 허구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모두 허구입니다

목차

목차
머리말
1장
꼬리말

머리말

이 책의 내용은 모두 허구입니다. 실제와 같거나 비슷한 인명, 지명, 단체명 등이 등장한다면 모두 우연의 일치입니다.

2019년 3월
김흥규 드림

1장

이 책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다. 진짜다. 이 책을 포함한 고전적 종이 매체 및 디지털 매체를 통한 각종 문서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문재인은 우연히 이름이 문재인일 뿐인 사람이 아니라 1953년 1월 24일 경상남도 거제시 출생 경희대학교 출신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뜻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경상남도 거제시는 우연히 지명이 경상남도 거제시인 지역이 아니라 동아시아 한반도 남부에 위치하는 섬으로 이루어진 행정구역을 뜻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경희대학교는 우연히 이름이 경희대학교인 학교가 아니라 1911년 개교한 대한민국의 4년제 사립 종합대학교를 뜻한다.

문재인, 경상남도 거제시, 경희대학교에 대해 위에 서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지만, 이 책의 주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예시를 들었을 뿐이다. 이 책에서 나는 김흥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진실만을 말할 것이다. 털끝만큼도 거짓이 없을 것이다.

김흥규는 머리말에 "2019년 3월" 이라고 적었다. 거짓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김흥규가 머리말을 쓴 시기는 2019년 3월이 아니라, 2019년 2월이다. 김흥규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게으름에 대한 핑계를 대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흥규는 진짜 하는 거 없이 대충대충 2019년 3월을 보냈다. 이제 김흥규는 두려워하고 있다. "2019년 3월에는 무엇을 하셨습니까?" 이 뾰족한 질문에, 김흥규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숨을 쉬었습니다" "심장이 뛰었습니다" "물을 마셨습니다" "밥을 먹었습니다" 어느 대답에도 상대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상대가 어떨지는 상관없다. 사실 누구도 묻지 않는다. 묻는 자는 오직 김흥규 자신이다. 자신의 물음에, 김흥규는 어떤 답을 돌려줄 수 있을까?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보낸 자신의 2019년 3월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 나는 숨을 쉬는 삶을 살아왔구나. 심장이 뛰는 삶을 살아왔구나. 밥을 먹는 삶을 살아왔구나. 물을 마시는 삶을 살아왔구나. 이것이 내 삶의 이유인가? 나는 숨쉬고 심장뛰고 밥먹고 물마시기 위해 사는 건가? 숨을 못 쉬고, 심장이 안 뛰고, 밥을 못 먹고, 물을 못 마시면 정신을 차릴까?

"2019년 2월에는 무엇을 하셨습니까?" 이 질문에 김흥규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보험을 청약 및 해약했고, G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했습니다"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것 외에도, 김흥규는 많은 일을 했다.

"머리말 분량이 진짜 몇 줄 안 되는데, 2019년 3월 한 달 내내 머리말을 쓰셨나요?" 이 질문에도 김흥규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창작이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2019년 3월"이 아니라, "2019년"이라고 쓰면 된다. "1년 내내 머리말을 쓰셨나요?" 이 질문에는 전과 같이 답하면 된다. "창작이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2019년"이 아니라, "21세기"라고 써도 된다. "한 세기 내내 머리말을 쓰셨나요?" 이 질문 또한 마찬가지로 답하면 된다. "창작이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김흥규는 차라리 거짓말을 하는 길을 택했다. 너라면 "2019년 3월"대신 "21세기"라고 쓰겠는가? 창작이 원래 그런 것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이제 말하겠다. 예상했겠지만, 김흥규는 나다. 내가 김흥규다. 나는 지금 고백하고 있다. 나는, 김흥규는, 이렇게 거짓되고, 위선적인 존재라는 것을. 내 말 그 어느 한마디에도, 진실은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이 허위이자, 엉터리이자, 속임수인, 공허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언제나 스스로를 속여가며, 없는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 것을.

꼬리말

제가 꼬리말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머리말에서와 같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모두 허구입니다. 실제와 같거나 비슷한 인명, 지명, 단체명 등이 등장한다면 모두 우연의 일치입니다.

김흥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