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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였다. 친구 집에 놀러갔다. 친구가 라면을 끓여줬다. 그러나 보이는 건 국물과 면 뿐, 건더기스프는 없었다.
"건더기스프는 어쨌어?"
"아 까먹고 안 넣었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임이 틀림없어. 스스로가 방금 무슨 말을 한지 이해하고 있어? 라면 끓일 때 까먹고 분말스프를 안 넣을 수 있어? 까먹고 면을 안 넣을 수 있어? 까먹고 물을 안 넣을 수 있어? 건더기스프도 마찬가지야. 까먹기란 불가능해.
건더기스프가 싫으면, 그냥 싫다고 당당하게 말해. 조금이라도 야채를 피하려 하는 스스로의 저열한 식성이 그렇게 부끄러워? 너는 이중으로 비열한 짓을 했어.
- 건더기스프를 넣지 않았다.
- 고의를 실수로 가장했다.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안 봐도 네 미래가 뻔해. 너도 언젠가 결혼을 하겠지. 네 배우자는 추궁하고, 너는 대답할거야.
"왜 양말이 여기 아무렇게나 돌아다녀?"
"아 까먹고 그냥 거기 뒀네"
정말 까먹은 거 맞아? 알았지만 그냥 거기 둔 거 아냐? 너 이중으로 비열한 짓을 한 거야.
- 양말을 거기 벗어뒀다.
- 고의를 실수로 가장했다.
빨래를 제자리가 두는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야? 어려우면 차라리 어렵다고 말을 해. 까먹었다는 변명은 뭐야? 비겁한 녀석 같으니, 비열한 녀석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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