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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더기스프

계산 2019. 7. 18. 21:29

초등학교 때였다. 친구 집에 놀러갔다. 친구가 라면을 끓여줬다. 그러나 보이는 건 국물과 면 뿐, 건더기스프는 없었다.

"건더기스프는 어쨌어?"

"아 까먹고 안 넣었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임이 틀림없어. 스스로가 방금 무슨 말을 한지 이해하고 있어? 라면 끓일 때 까먹고 분말스프를 안 넣을 수 있어? 까먹고 면을 안 넣을 수 있어? 까먹고 물을 안 넣을 수 있어? 건더기스프도 마찬가지야. 까먹기란 불가능해.

건더기스프가 싫으면, 그냥 싫다고 당당하게 말해. 조금이라도 야채를 피하려 하는 스스로의 저열한 식성이 그렇게 부끄러워? 너는 이중으로 비열한 짓을 했어.

  1. 건더기스프를 넣지 않았다.
  2. 고의를 실수로 가장했다.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안 봐도 네 미래가 뻔해. 너도 언젠가 결혼을 하겠지. 네 배우자는 추궁하고, 너는 대답할거야.

"왜 양말이 여기 아무렇게나 돌아다녀?"

"아 까먹고 그냥 거기 뒀네"

정말 까먹은 거 맞아? 알았지만 그냥 거기 둔 거 아냐? 너 이중으로 비열한 짓을 한 거야.

  1. 양말을 거기 벗어뒀다.
  2. 고의를 실수로 가장했다.

빨래를 제자리가 두는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야? 어려우면 차라리 어렵다고 말을 해. 까먹었다는 변명은 뭐야? 비겁한 녀석 같으니, 비열한 녀석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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