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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는 서울대 입학이 삶의 유일한 목표였다. 목표를 이루고, 입학식 날 자살하려고 했다.
제가 어찌어찌 가까스로 서울대 입학할 수준은 될 것 같은데, 그 이후 학점을 잘 받는다던지, 좋은 데 취업을 한다던지, 아니면 뭔가 다른 엄청난 일을 한다던지... 그런 건 못 할 것 같아서요. 아마 서울대에는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올 텐데, 걔내랑 경쟁할 자신도 없고, 협동할 자신도 없고... 협동도 수준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하긴 조별과제에서 아무 일도 안 하는 대신 모일 때마다 치킨셔틀이라도 하면 되나. 그래도 제가 명색이 서울대생인데, 치킨셔틀이라니, 그건 너무하잖아요? 저는 제 능력의 한계가 서울대 입학까지라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박수칠 때 떠나야죠. 최고의 순간에, 환희 속에서 삶을 마감한다면, 더없이 기쁜 일 아닐까요? 더 살아봤자 구질구질할 뿐이죠.
그러나 나는 서울대에 합격하지 못했다. 대신 MIT와 하버드에 합격하긴 했지만, 솔직히 거긴 집에서 너무 멀었다. 당시 서울대는 내게 있어 우주 최고의 대학이었다. 우주 최고의 수재들이 모이는 안드로메다은하립(立)대학도 내게는 서울대만 못했다. 서울대는 정말 최고였다. 내 꿈이자 이상이었다.
원래 꿈이란 결국 깨는 법이고, 이상이란 실현되지 않는 법이다. 내가 서울대에 합격하지 못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럴 수준이 안 됐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우스웠다. 왜 서울대 간 후에는 잘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면서, 서울대에는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아마 나는 운명과 네고(negotiate)하려 했던 것 같다. 좀 네고 안될까요? 제발 서울대 입학만 시켜주세요. 그 이후의 목숨은 드릴게요. 저한테 다른 건 필요없어요. 서울대가 전부거든요 저는.
네고를 받아주지 않은 운명에 나는 분노했다. 이럴 수는 없어. 서울대는 내 전부였단 말이야. 나는 다른 건 아무것도 바란 적 없어. 오직 서울대 입학만을 그렇게 간절히 바랬는데.
나는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했다. 원래는 입학생으로서 입학식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입학식 날 다 펑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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