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재개그가 존나 웃긴 이유에 대해 논해보자. 그 전에 먼저 아재개그라는 단어의 어원에 대해 논해보자. 자고로 모든 학문에 대한 탐구는 어원으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어째서 아재개그는 아재개그라고 불리는 걸까? 우리는 은연중에 아재를 깔보는 것은 아닌지? 차별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이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체어를 제시한다.
+ 존나웃긴개그
존나는 남성기를 뜻한다. 이는 남성 위주의 세계관을 상징하며, 따라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각하(캿카).
+ 씨발존나웃긴개그
여성기를 뜻하는 씨발과 남성기를 뜻하는 존나가 통합되어 있다. 이는 성 평등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음양의 조화마저 상징한다. 그러나 여성기가 남성기보다 먼저 온다는 점에서 일부 매스큘리니스트가 딴지를 걸지 모른다. 그렇다고
+ 존나씨발웃긴개그
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지향(止陽)하는 것은 성 평등이 아니던가? 어느 성도 다른 성 앞에 올 수는 없다. 다음은 그 대안이다.
+ 씨존나발웃긴개그
이러한 구성은 한일(日韓) 월드컵때는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일(日)과 한(韓) 모두 한(漢)자[-짜] 한(一) 자[자]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자로 국명을 쓴다면 다음 구성도 가능할지 모른다.
+ 2002 JKaopraena World Cup
J가 K보다 먼저 오는 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여자친구가 JK이므로 J가 K보다 먼저 오는 것이 맞다.
'씨존나발'을 잘 관찰해보자. 남성기를 뜻하는 존나가 여성기를 뜻하는 씨발 안에 들어가 있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온 우주 만유의 생식 과정을 묘사하며, 음양의 조화를 상징한다. 물론 안 그러는 생물들도 있다. 어떤 동물종은 수컷이 아무데나 정액을 싸고 다니면 암컷이 그걸 주워서 생식한다고 한다. 어류는 암컷이 알을 싸면 수컷이 그 위에 정액을 뿌려서 수정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식물은 수술의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던지 곤충이 옮겨주던지 해서 암술에 수분이 이루어지는 식으로 생식한다. 꽃은 생식 기관이라고 한다. 개미/벌은 여왕개미/벌이 평생에 한 번 결혼비행을 할 때 다수의 수개미/벌들과 난교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음양의 조화가 좀 깨진 것 같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식방식이다. 그 다음으로는 개와 닭과 오리와 소와 말과 양 등 포유류와 조류의 생식방식이다. 인간과 표유류와 조류의 모든 것은 음양의 조화로써 이루어진다.
그런데 '조화'는 무슨 뜻일까?
1. 調和(harmony, ちょうわ)
2. 造化(creation-transformation, ぞうか)
3. 造花(만든 꽃)
4. 弔花(누군가 죽었을 때 쓰는 꽃)
3과 4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니 각하(캿카)하자. 1과 2중 뭘까? 잘 모르겠다.
정치적 올바름은 무슨, 음양의 조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이미 글러먹었다. 많은 성소수자들은 자신이 인간, 포유류, 조류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퍼하거나, 때로는 분노할 것이다.
+ 씨존나발
은 많은 성소수자들의 ~~생식~~쾌락추구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에게는
+ 후존나장
+ 씨딜도발
+ 존씨발나
+ 존존나나
+ 씨씨발발
등의 표현이 어울린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찾는 것은 요원하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석했지만, '씨존나발'을 구원할 방법은 없다. 그냥 버리자.
+ 웃긴개그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웃긴개그'는 동어반복이다. '역전 앞', 'KAIST INSTITUTE', '똑똑한 현자', '예쁜 미인', 등과 같은 구성이다. 개그라면 당연히 웃긴 것 아니겠는가? '웃긴'을 버리자.
+ 개그
이제 거의 완성에 도달한 것 같다. 이 깔끔한 2음절 단어에는 어떤 흠도 보이지 않는다.
많은 분량을 할애한 끝에, 드디어 *개그*의 올바른 대체어를 찾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것 같다. 어찌됐든 이제부터는 개그에 대해 논하자. 개그는 도데체 왜 그렇게 웃긴 걸까? 그 이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개그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 니 애미는? Amy
+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다섯 글자로 줄이면? 자율주행차
+ 코카콜라는? 맛있다
사실 그다지 웃기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개그는 존나 웃기다. 웃음이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것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그러나 내게 그렇게 나쁘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웃는다. 개그도 마찬가지다. 원래 의도한 것은 웃긴 이야기인데, 안 웃긴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웃길 것이라는 예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존나 웃기다. 보통이라면 이 웃기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웃지 않겠지만, 웃음을 터트림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은 존나 웃기다.
웃겨야 할 상황에 웃기지 않음으로써 웃기고, 웃지 않아야 할 상황에 웃음으로써 웃는 것이다.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래식 음악 콘서트 (0) | 2018.12.20 |
---|---|
요즘 살기가 편하다 (0) | 2018.09.14 |
아무것도 하기 싫다 2 (0) | 2018.06.28 |
서브웨이 직원 (0) | 2018.06.13 |
아무것도 하기 싫다 (0) | 2018.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