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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와인을 넣으면 와인라면이고 와인에 라면을 넣으면 라면와인이다. 후자는 일종의 괴식으로 보인다. 내가 먹은 건 전자다.
비율이 50대 50이라면 (질량비보다는 심리적 구성비가) 무엇으로 불러야할까?
위는 지금 현 상황에서 그다지 중요한 질문은 아니다. 내가 먹은 것은 분명 라면와인이 아니라 와인라면이었다. 쓸데없는 질문으로 본질을 흐리지 말자.
그러나 무엇을 본질이라고 간주하는가? 왜 이 글의 본질은, 라면와인과 와인라면의 구분이어서는 안 되는가?
와인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싸구려다. 소주만 먹다보니 질려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샀다.
두 병을 샀는데, 한 병은 코르크로 막혀 있었고 다른 한 병은 나사식 병뚜껑이었다. 어차피 싸구려에 쓸데없이 무슨 코르크야? 그냥 나사식 병뚜껑이 낫다. 집에 없던 코르크 따개를 사느라 쓸데없이 돈이 더 들었다. 한 번에 한 병을 다 못 먹고 중간에 남은 내용물을 보관해야 할 때도 나사식 병뚜껑이 편리하다.
마시다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컵에 어제 먹던 와인이 남아있었다. 버리기 아까워서 라면에 넣어 먹었다.
시큼한 맛이 괜찮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프랑스에서는 국물 요리를 저급 요리로 취급하지만, 물 대신 와인을 넣어 만든 국물 요리는 고급 요리로 취급한다고 한다. 근데 그것도 읽은지 오래돼서 요즘은 사정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한 라면 요리에는 와인보다 물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라면을 다 끓인 후 남은 와인을 넣은 것이 아니고, 물이 끓기 이전부터 와인을 냄비에 넣었다. 알코올이 다 증발하여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기 어려워서 쓰러졌다.
요새 음주를 자주한다. 건강이 씹창나고 있다. 불규칙한 수면, 불규칙한 식사, 알콜중독, 운동부족, 거북목 증후근, 안구건조증, 소화불량, 위암, 대장암, 간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