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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A: 일반 인공지능이 내 일을 전부 할 수 있게 되면, 나는 맥도날드에서 버거나 만들어야겠다.

B: 너 지금 맥도날드 직원 무시함?

 

### 해

말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한다. 그러나 의도만은 선했음을 주장한다. 맥도날드 직원을 무시할 의도가 없음을 주장한다.

 

### 문제

다음 두 사실을 모순없이 조화시켜야 한다. 이는 상당한 수준의 지적 도전이다.

(1) A는 맥도날드 직원을 무시하지 않는다.

(2) A가 생각하기에 맥도날드 직원은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없다.

 

### 해1

(2)를 포기하고 맥도날드 직원도 사실은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 해1의 문제점

일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어불성설이다. A의 처음 발언과도 맞지 않는다.

 

### 해2

(2)는 인정한다. 그러나 맥도날드 직원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을 한다는 점을 들어, 또는 무엇이 되었든 이유를 들어, 해당 직업군에 대한 존경을 역설한다. 이로써 (1)을 증명하고, (1)과 (2)를 조화시킨다.

 

### 해2의 문제점

이제 와서 갑자기? 공격받으니 말을 지어내는 거 아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지금까지 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맥도날드 직원의 직업적 가치가 공격받는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사실 개인의 생각을 물어보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진정성이란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사회가 맥도날드 직원이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인지해왔는지를 생각해봅시다. 음악가, 소방관, 의사, 과학자, 작가와 비교해봅시다. 맥도날드 직원의 직업적 가치는 비슷한 수준의 인정을 받았나요? 아니면 당신은, 사회의 대우와는 달리, 모두가 음악가, 소방관, 의사, 과학자, 작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맥도날드 직원에게 집중했나요?

 

### 해3

A는 맥락을 재구성하여 원래 발언의 의도를 명확히 한다. A는 (2)를 암묵적으로 가정한 것이 아니다. 단지 맥도날드 직원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어렵기 때문에, 대안 직업으로 고려한 것이다.

 

### 해3의 문제점

말이되냐? 그럼 소방관을 한다고 하지, 왜 하필 맥도날드 직원이야?

 

### 해4

(1)을 포기하고 A는 맥도날드 직원을 무시함을 인정한다.

 

### 해4의 문제점

A는 도덕적 자신감을 버려야 한다. B는 화가 난다.

 

 

 

### 해5

위는 죄다 병신같은 해법들이다. 애초에 문제 정의가 잘못되었다. 병신같은 문제에 병신같은 해법이 따라붙는 건 어쩔 수 없다. 문제의 논점은 A의 무시였다. 무시? 무시는 A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변하고 형태도 불분명한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 식으로는 도덕적 자신감이 높아 스스로의 도덕을 역설할 수 있는 자에게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갈 뿐이다.

 

문제의 논점을 B의 기분으로 바꾸면 명쾌해진다. 애초에 B의 기분이 상한 것이 문제의 핵심 원인이었다. A의 속마음은 묻지 말고, 단지 잘못된 발언으로 B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에 A가 사과하면 된다.

 

A의 마음을 기준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다음의 경우 매우 이상해진다. A가 악의를 가졌으나 B가 괜찮은 경우와, A가 선의를 가졌으나 B가 안 괜찮은 경우다. 전자의 경우 가해자만 있고, 후자의 경우 피해자만 있다.

 

B의 기분이 기준이 되면 저런 문제는 없다. 물론 B가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사회통념으로 B의 피해를 규정해야 한다.

 

마음을 기준으로 도덕을 논하려는 것 자체가 병신같은 시도다. 이러한 도덕은 구현하기도 어렵고, 비생산적인 논의에만 매몰되게 된다.

 

그러니까 무시했는지, 혹은 무시하지 않았는지, 따지지 마라.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 남의 마음을 알아내려고도 하지 마라. 니가 무슨 빅 브라더냐? 중요한 건 표면적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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