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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하는 것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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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운동 계획을 세우는 일이 즐겁다. 운동은 힘들고 지루하다.

 

책을 읽는 것보다는 독서 계획을 세우는 일이 즐겁다. 좋은 책을 고를 때면 느낌이 좋다. 그러나 독서 자체는 어렵고 지루하다. 고전은 특히 더 지루하다. (만화나 웹소설은 전형적인 독서가 아닌 것 같으므로 논외로 한다. 무엇이든 전형적인 것이 중요한 법이다. 나는 언어의 남용을 싫어한다. 그저 그럴듯한 것 같고 자기 감성에 맞으면 무엇이든 옹호하는 병신새끼들과는 달리 -- 예를 들어 신문방송학과 -- 나는 논리에 신경쓴다. 아마도.)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공부 계획을 세우는 일이 즐겁다. 유튜브 동기부여동화, 학습법 동화 따위들은 특히 재미있다. 수험 공부도, 영어 공부도, 전공 공부도, 모두 마찬가지다. 공부 자체는 재미없다.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게임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무슨 게임을 할 지 고르는 것이 즐겁다. 게임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보면 시간이 잘 간다. 정작 게임은 해보면 재미없고 지루하다.

 

유튜브 동영상 보기, 음주하기는 계획을 별로 한 적이 없어서 계획이 즐거운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행위 자체는 즐겁다. 너무 많이 하면 안 즐거울수도 있지만 그건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연구는 계획도 좆노잼이고 실제로 연구하는 것도 좆노잼이다. I have been doing this for six years, now I'm fed up with writing papers. I want to try something different. 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6년 할 필요도 없이 1년차부터 좆노잼은 좆노잼일 뿐이다. 학위를 위해 6년이나 그 짓을 해야 하다니 참 끔찍하지만 학위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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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굳이 운동, 독서, 연구 등을 좆노잼이라며 내려치기하고 유튜브와 음주를 개꿀잼이라며 올려치기하는 이유는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사실 순수한 관점에서 운동, 독서, 연구도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재미를 좆같이 강조하는 병신새끼들이 하도 많아서 세계의 균형을 (sekai no balance) 바로잡기 위해 나는 이 행위들을 좆노잼이라고 기술할 뿐이다.

 

운동이 그렇게 즐거우면 왜 일주일에 4시간밖에 안 하고 3달 하다가 접는지? 독서가 그렇게 즐거우면 왜 일주일에 6시간밖에 안 하고 2달 하다가 접는지? 연구가 그렇게 즐거우면 왜 하루에 4시간밖에 안 하는지? 주말에는 왜 연구하지 않는지? 왜 밤을 새워 연구하는 일은 일년에 고작 한두번인지?

 

이 병신새끼들은 그저 "이렇게 말하면 사회적으로 대외적으로 인간관계적으로 그럴듯해 보이겠지" 하는 생각만으로 가득차 있다. 가득차 있어서 가득차 있는줄도 모른다. 지표면은 대기로 가득차 있지만 인류는 존재해 온 이래로 대부분의 시간동안 그냥 허공이 있는줄로만 알았다.

 

***

 

학위를 위한 일념으로 하루에 꾸역꾸역 4시간씩 (평일 한정) 연구한다. 재미있으면 하루에 12시간정도는 할 수 있는데 하도 노잼이라 하루에 겨우 4시간밖에 못 한다. 그 4시간도 진짜 너무 고통스럽다. 그러다가 가끔 진전이 생기면 (progress is made) 재미있기도 한다. 한달에 두 번이나 세 번 정도 재미있다.

 

재미없었던 대부분의 순간은 다 무시하고 재미있었던 찰나의 순간만 강조하며 나는 연구에 열정이 있다고 연구가 너무나 즐겁다는 헛소리를 한다. 나 역시 대외적으로는 그런 식으로 헛소리를 하며 살아왔다. 면접과 자소서는 그런 식의 헛소리가 빛을 발하는 장소다.

 

면접과 자소서는 너무나 고통스럽다.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하긴 사실 고통스러운 이유는 성공적으로 속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셀프세뇌에 성공해서 덜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삶 역시 이와 같다. 대부분의 순간은 고통스럽고 재미없으나 가끔 즐거운 순간이 찾아온다. 즐거운 순간만 기억하며 삶에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부분의 순간을 적절히 평균내서 기억하기에 (왜곡된 가중평균이 아니다) 삶이 존나 고통스럽다. 평균 가중치를 좀 잘 왜곡하면 나도 좀 덜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참을 왜곡하겠는가? 참은 거부할 수 없다.

 

내 삶이 고통스럽다고 해봤자 아프리카나 북한 주민들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 그들에 비하면 내 삶은 매우 안락하고 즐겁다. 그들과 비교하면 기분이 기분이 좀 좋아진다.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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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망겜 개노잼겜 무새들은 죽어도 포기안하고 그 게임 한다. 좆망이고 개노잼이면 왜하냐?

 

모바일 가차겜은 좆망인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개노잼인 것은 맞다. 이 말은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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