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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가 통하지 않는 세계

나는 현대 문명사회에는 언제나 합리가 통한다고 믿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자영업자의 장남이었던 나는 가게를 물려받을 예정이었고 그 날도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었다. 전화가 걸려왔는데, 말썽쟁이(=양아치) 였던 동생이 또 사고를 쳤다는 내용이었다. 또 한 건 했군. 이제는 또 누구 앞에서 굽신거려야 하지? 합의금으로 최소 백만원 정도는 깨질 예정이었다.

가게에 인상 나쁜 덩치 큰 남자들이 찾아왔다. 조폭인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동생이 친 사고와 관련된 일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합당한 보상을 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말했다. 당연히 합리가 통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들은 이내 내 제안을 받아들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떠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들은 막무가내였다. 내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는 딴 소리를 하며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는 빛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세계에는 빛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둠, 어둠의 세계, 그것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다.

***

나는 조폭 두목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말하자면, 어둠의 세계에서 태어난 것이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대부분 힘이 셌으나 머리가 약했다. 그러나 나는 힘이 약했지만 머리가 강했다. 일종의 돌연변이었다.

나는 사업 수완이 정말 뛰어났다. 우리 조직은 PC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내 사업 아이디어 덕분에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그 아이디어는 바로 별창 전용석이었다.

인터넷 방송 별창들이 방송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조명과 카메라를 구비해둔 자리를 만들었다. 별창들은 점점 별창 전용석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우리 PC방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다주었다.

별창 전용석의 맞는편에 앉으면 별창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조명과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피카소의 회화를 감상하는 것만 같았다.

어둠의 세계의 왕자님이었던 나는 권력을 이용해 수만은 별창들과 사귀기도 했다. 고급 식당에서 데이트를 했는데 음식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였던 나는 데이트를 할 때마다 먹은 음식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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