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길을 가다가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죽여도 되는지 묻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인가? 죽는 것이 싫으면 안 된다고 대답하면 될 뿐인데.
사실은 그렇게 물어도 된다. 된다/안 된다를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뭔가 중대하고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었다. 죽여도 되냐고 물으면 남의 기분이 상할텐데, 그것을 중대하고 안 좋은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었기에 안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즉, 타인에 대한 배려를 버린다면 죽여도 되는지 물어도 된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버려도 되는가? 이는 도덕적 판단이므로 보류하자. 그보다는 다음 질문에 집중하자.
왜 죽여도 되냐고 물으면 기분이 상하는가? 왜냐하면 질문과 요청은 일상 언어에서 잘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보통 죽기 싫어하므로 죽음을 요청당한다면 기분이 상할 것이다.
예시
아메리카노 되나요? (질문인지 요청인지 모호함)
그 문서 좀 전달해주실 수 있을까요? (질문의 형식을 띤 요청이지만 질문과 요청의 경계가 모호하기에 가능한 변형임)
당신을 죽여도 되냐는 질문이 요청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면 당신을 죽여도 되는지 물어도 될 것이다, 즉,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것이다.
예시
예시를 잘 못 들겠다. 그나마 들만한 것이
(우울증 설문지)
1. 지나가던 행인이 갑자기 당신을 죽여도 상관없을 것 같다. (매우동의 약간동의 중립 약간반대 매우반대)
2. 갑자기 하늘에서 수박만한 우박이 떨어져서 맙아서 즉사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3. 갑자기 암이 발견되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내일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4. 지구가 운석 충돌로 인류 멸망 위기에 직면했는데 자폭 우주선의 파일럿이 되어 인류를 위해 희생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성공 확률은 1퍼센트다. 성공 확률이 고작 1퍼센트밖에 안 되기 때문에 당신 말고 다른 파일럿도 많다. 이 때 각 파일럿의 성공 여부가 독립이라고 할 때 99.99퍼센트 확률로 적어도 한 번 성공하기 위해서는 파일럿이 최소 몇 명 필요한가?
5. 북한이 핵을 쐈는데 맞아서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6. 서울대학교에 합격한다면 입학식 날 교통사고 나서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박수칠 때 떠나야지)
7. 최애 연예인과 결혼한다면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8. 죽으면 이세계 환생한다면 한다면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9. 10번도 넘게 읽은 소설 빙의한다면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10. 죽으면 어린 시절로 회귀한다면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