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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허영심이 강해요. 특히 검소함에 대한 허영심이 강해요. 저는 제가 검소하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남들이 이 사실을 알아주기를 원해요. 이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서 저는 언제나 항상 자기 자신을 떠벌리며 다녀요.

 

저는 최근에 G마켓에서 만원짜리 바지를 하나 샀어요. 사고 입어보니 가성비가 너무 좋아서 3개 더 샀어요. 그리고 맨날 이 바지만 입고 있어요. 저는 만원짜리 바지를 입는 제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저는 너무 검소해요.

 

만원이나 하는 바지를 입는다고? 그것도 하나만 있으면 충분한걸 4개나 샀다고?

 

저는 최근에 이동할 때 택시비가 아까워서 버스를 탄 일이 있었어요. 택시는 버스보다 몇 배씩 비싸서 탈 수가 없었어요. 버스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서서 가야 되서 불편하지만 저는 버스를 탔어요. 하지만 버스의 불편함 때문에, 아니, 오히려 그 불편함 덕택에, 저는 정신적 고양감을 느껴요. 저는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탄 자랑스러운 인간이에요.

 

버스가 얼마나 비싼데 안 걸어가고 버스를 탄다고?

 

저는 생수가 비싸서 수돗물을 마셔요. 생수는 정말이지 너무 비싸요. 2리터짜리 한 병에 천원씩 한단 말이에요. 그런 걸 도데체 어떻게 사서 마시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수돗물을 마시면 되는데.

 

수도요금이 아깝지 않으세요? 빗물을 받아서 보관해 뒀다가 햇빛으로 증류해서 먹으면 공짜인데.

 

얼마전부터 집에 초파리가 나와서 어떻게든 초파리를 박멸할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쿠팡에 검색해보니 초파리를 유인해서 죽이는 초파리 트랩을 팔고 있었어요.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DIY로 만들기로 했어요. 대충 페트병을 잘라서 테이프로 붙이고 구멍을 뚫고 식초와 과일 껍질을 넣고... 이렇게 직접 만들면 돈도 아끼고 좋은데 뭐하러 초파리 트랩을 돈 주고 사는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저렇게 돈 낭비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가요.

 

하절기 초파리는 불가피한 현상 아닌가요? 그걸 굳이 없앨 생각을 하다니 정말 배가 불렀네요. 그냥 초파리와 함께 살면 되는데.

 

제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10년전에 산 Dell 노트북이에요. 무어의 법칙은 한계에 다다른지 오래되었어요. 10년이 되었지만 아직 쌩쌩해요. 도데체 최신형 컴퓨터가 왜 필요한지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무어의 법칙은 사실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 더더욱 심해졌어요. CPU는 정체되었을지 모르지만 GPU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요. 이걸로 채굴도 할 수 있고 ChatGPT 같은 거대 언어모형도 돌릴 수 있고 그림 짱짱 잘그리는 AI도 돌릴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내장 그래픽카드를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3090 Ti 같은 비싼 그래픽카드 같은 건 몰라요. 혹시라도 GPU가 필요하면 코랩으로 돌릴 뿐이에요.

 

요즘 같은 딥러닝 시대에 그 흔한 3090 Ti 하나 없다니 저는 정말 검소한 것이 틀림없어요. 제가 검소하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저는 검소하기 때문에 대단해요.

 

당신은 유럽여행, 샤넬, 구찌, 테슬라, 롤렉스, 애플, 갤럭시 같은 거에 돈을 낭비하고 있어요. 당신은 정말 사치에 미친 쓰레기에요. 하지만 당신이 비록 사치에 미쳤을지라도 저에 비하면 허영심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저는 남 시선 의식해서 검소하게 사는데 남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치하는 당신이 부러워요.

 

사실은 저도 유럽여행이 너무 가고싶어요. 콜로세움도 가보고 싶고 에펠탑도 가보고 싶고 루브르 박물관도 가보고 싶고 하이델베르크 성도 가보고 싶어요. 하지만 저의 검소함에 대한 허영심이 유럽여행을 허락하지 않아요. 정말 유럽여행 같은 사치를 저는 할 수가 없어요.

 

사실은 저도 맥북이 너무 가지고 싶어요. 아이폰도 아이팟도 아이패드도 필요없지만, 그런건 진짜 줘도 중고로 팔지만, 맥북만은 너무 가지고 싶어요. 물론 맥북은 게임도 안 되는 개쓰레기지만 그래도 저는 맥북이 너무 가지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게임도 안 되는 개쓰레기를 살 수 없어요. 역시 저한테는 10년된 델 노트북이 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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