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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특공대(Survivor.io)를 할 때 나는 분노한다. 이 좆같은 새끼들, 게임은 남의 거 그대로 베껴와서 만들었으면서, BM을 기깔나게 잘만들어서 돈을 쓸어담고 있지. 악랄한 놈들. 내가 이런 한심한 게임을 해봤자 그저 시간낭비일 뿐이지만 개발사는 돈을 끌어모으고 그 직원과 주주들은 자본을 축적해 부귀영화를 누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게임을 꺼버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탕탕특공대 안 하면 뭘 하겠는가? 별달리 할 것도 없으니 그저 화를 내면서 탕탕특공대를 플레이한다.
궁수의달인(Archero)도 똑같은 회사가 만들었다. 이 개같은놈들 과금유도가 얼마나 심한지
사실 과금유도 그렇게 심하지 않다. 과금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과금하는 대신 광고를 보면 된다. 나는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광고나 보면서 시간과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만 개발사는 광고수익을 쓸어담고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하면 원래부터 보기 싫었던 광고가 더더욱 보기 싫어진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잘 따져보면, 별로 화낼 필요가 없다. (나는 감성적인 동물이라서 화를 냈을 뿐이다.) 만약 내가 게임 이용자 입장이 아니라 개발사 입장이라고 하자. 나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지. 하지만 부귀영화를 누리면 뭐 하겠는가? 돈이 많이봤자 할 수 있는 것들은 기껏해야
1. 마약 즐기기
사실 돈 별로 없어도 즐길 수 있다. 의외로 싸다.
2. 비싼 술 마시기
사실 아사히 캔맥주가 비싼 양주보다 더 맛있다. <도박묵시록>에서 카이지가 아사히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보면 수긍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3. 비싼 자동차 사기 (페라리 등)
그래봤자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자동차보다 구리다. 변신도 안 되고 기관총도 못 쏘는 자동차를 뭐 하러 사는가?
4.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타기
나는 외국 나갈 일이 별로 없다.
5. 버스 대신 택시 타기
나는 집 밖으로 나갈 일이 별로 없다.
6. 골프
현실에서 골프 쳐봤자 별로 소용없다. 팡야가 차라리 낫다. 현실에서는 팡야처럼 멋진 샷은 불가능하다. 팡야에서는 홀인원 밥먹듯이 할 수 있는데 현실에서 골프 치면 홀인원 거의 불가능하다. 공이 그렇게 작고 땅이 그렇게 넓은데 평생동안 골프 친다고 홀인원이 되겠냐?
7. 유흥
팡야 캐릭터에 비하면 개못생긴 년들이 나올 뿐이다.
8. 한강뷰 넓은 아파트
한강뷰가 보고싶으면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보면 된다. 직접 보는 게 더 좋다고? 어차피 뷰 좋은거 며칠만에 질린다. 게다가 집이 넓으면 청소가 어렵다. 사람 쓰면 된다고? 나는 내 집에 누구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거 극혐한다.
9. 비싼 음식
솔직히 한끼에 20만원 내고 비싼 식당에서 먹어봤자 신라면이 더 맛있고 맘스터치 싸이버거가 더 맛있고 순대국밥이 더 맛있다.
10. 명품
옛날에 명품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 이름 존나 대충지은것같다.
11. 자식 조기유학
나는 자식이 없다
12. 자식 고액과외
나는 자식이 없다
13. 자식 결혼자금
나는 자식이 없다
14. 자식 성형수술
나는 자식이 없다
15. 자식 (해외) 대학 등록금
나는 자식이 없다
16. 자식에게 줄 유산
나는 자식이 없다
17. 자식을 위한 논문 저자 허위기재
나는 자식이 없다
18. 자식을 위한 표창장 위조
나는 자식이 없다
19. 자식을 위한 좋은 학군
나는 자식이 없다
20. 자식 생활비
나는 자식이 없다
위에서 살펴봤듯 돈이 많아봤자 별로 소용없다. 돈이 많아도 그냥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탕탕특공대나 플레이할 뿐이다. 나는 전혀 게임사에 분노할 필요가 없
사실 여우의 신 포도였다. 이유를 적으면서 속으로 정말 비참했다. 나는 역시 돈이 필요하다.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돈이 많아야 한다. 탕탕특공대 개발사가 부러워 죽겠다. 나도 저런 개쩌는 BM을 가진 게임을 개발해서 돈을 빨아들이고 싶단 말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나는 능력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돈이 필요없다고 자기최면을 걸고 셀프세뇌하며 평생 맛보지 못한 포도의 맛이 시다고 믿는 것 뿐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정말 견딜 수가 없다. 정말 견딜 수가 없다고요... 아시발 진짜... 아Q역시 그랬을거야. 아Q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고... 다들 아Q를 욕하지만 솔직히 나는 아Q에 공감한다. 정말 눈물을 흘리며 아Q정전을 읽었다.
약 2500년 전에 이집트에 태어나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되던 노예는 파라오를 부러워했겠지. 하지만 현대인 입장에서는 우스운 이야기다. 마치 양팔이 없는 사람이 한 팔만 없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과 같다. 파라오면 뭐해? 2500년 전에 태어났는데. 현대에 태어난 나는 2500년 전 파라오가 정말 하나도 부럽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질투와 분노의 방향은 잘못되었을지 모른다. 탕탕특공대 개발사가 아무리 부귀영화를 즐겨도, 서기 3500년쯤에 태어난 사람에 비하면 정말 불쌍한 삶을 살고있다.
"매일 저렇게 고된 건설노동을 해야 하다니, 노예는 너무 불쌍해"
라고 내가 생각하는것처럼
"매일 저렇게 고된 양치질 노동을 해야 하다니, 21세기 사람들은 너무 불쌍해"
라고 36세기 사람은 생각할 것이다.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다니, 옛날 사람들은 너무 불쌍해"
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풀 다이브 시스템도 화성여행도 만병통치약도 없다니, 옛날 사람들은 너무 불쌍해"
라고 36세기 사람은 생각할 것이다.
36세기 사람의 관점으로 잘 생각해보면 현대인들은 진짜 불쌍하다. 명왕성 여행도 못 가고, 겨우 유럽여행 정도를 플렉스라고 알고 있다니;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견뎌야 하다니; 아름다워지기 위해 고통과 부작용이 동반되는 성형수술을 감내해야 하다니; 건강해지기 위해 힘들게 운동을 해야 하다니; 치아 건강을 위해 매일 이를 닦어야 하다니; 청결 유지를 위해 매일 몸을 씻어야 하다니; 지식 습득을 위해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다니;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하다니; 진짜 불쌍하다.
내가 너무 불쌍하다. 탕탕특공대 개발사도 너무 불쌍하다. 어차피 똑같이 불쌍하고 비참한 삶을 살고있는데, 내가 탕탕특공대 개발사를 질투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이제 36세기 사람을 질투하면 된다.
나는 왜 36세기에 태어나지 못했지? 이 운명이 증오스럽다. 나도 36세기에 태어나고 싶었어,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야, 아 진짜 시발 나는 왜 이런 비참한 시기에 태어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