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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리만 가설]을 해결하여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망상을 하면서 걷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리만 가설]이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 공부해서 알면 되니까 상관없다.)(리만 가설 해결하면 분명 대중강연 요청이 들어올텐데 그 때 무슨 내용으로 강연할지가 망상이다.) 망상에 정신이 팔려서 다가오는 차를 보지 못했다. 다행히 피했지만 정말 크게 다칠 뻔했다. 그 차는 30km/h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있었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을테니 아마 죽지는 않을 텐데 분명 크게 다칠 것이다. 허리를 다쳐서 하반신 마비가 될지도 모르고 목을 다쳐서 전신마비가 될지도 모른다. 다행이다. 너무 다행이다. 오늘도 저를 안전하게 지켜주신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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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에 보면 나옵니다. 주인공은 모자를 그려놓고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이라고 우기는, 속으로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인간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현실 인간관계에 문제가 많이 생기니까, 사회생활을 위해서 여행, 문학, 주식투자, 카드게임, 정치, ... 등등등 ... 이런 뻔한 이야기나 하면서 살아가게 되죠. 정말 수박 겉핥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아무래도 좋은 한심한 이야기를 해서 뭐합니까. 안쪽의 나는 훨씬더 어둡고 복잡하고 음침하고 징그러운 괴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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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선택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나는 다른 하나에 비해 정말 맛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가 삼계탕이면 다른 하나는 미역국인 식입니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은 삼계탕을 선택합니다. 저 역시 삼계탕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가끔이지만 미역국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왜 미역국을 선택하는 것일까요? 항상 삼계탕만 선택해온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날은 기분이 특히 나빴습니다. 요즘 실적이 부진한 것이 원인일까요? 얼마전 세미나 발표를 망친 것이 원인일까요? 어제 저녁에 과음한 것이 원인일까요?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분이 나빴다는 것입니다. 기분이 나쁘면 일탈이 필요합니다. 저는 맛있는 메뉴를 두고 맛없는 메뉴를 골랐습니다.
맛없는 메뉴는 맛이 없습니다. 맛없는 맛을 느끼며 후회했습니다. 맛있는 메뉴를 먹는 사람들을 바로 근처에서 지켜보며, 저 사람들은 얼마나 맛있는 것을 먹고 있을까, 내가 먹는 것은 왜 이렇게 맛없을까, 이 격차에 고통을 느끼며, 고통을 느낀다. 나는 격차에 고통을 느낍니다. 먹는 음식마저 맛없는데 쟤내들이 맛있는 거 먹는 것까지 지켜봐야 해? 후회한다. 나는 후회한다. 나는 나의 일탈을 후회한다. 그냥 평소처럼 맛있는 메뉴를 골랐어야 했다.
맛없는 메뉴는 고통스럽습니다. 그렇다면 자진해서 고통을 택하는 사람들은 뭘까요? 저한테는 한 순간의 일탈이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한테도 마찬가지일까요? 그들한테도 오늘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 전환 겸 평소에 안 하던 짓도 해 보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면, 고행을 통한 정신의 수련일까요? 그렇다면 저는 정신 수련과는 맞지 않는 것이 되겠군요. 정신 수련은 정말이지 고통스럽습니다. 저는 고통이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