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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못된 짓을 한 좆같은 새끼들, 내가 한 명 한 명 다 기억하고 있다. 너희들 때문에 내 삶은 이 모양이 되어버렸지. 덕분에 나는 지금 지옥을 겪고있지. 왜 너희들이 아닌 내가 이 고통을 받아야 하지? 잘못한 것은 너희들인데? 옛말에 "인과응보" "권선징악" "사필귀정" "뿌린 대로 거둔다" 고 한다지만, 전부 헛소리다. 헛소리임이 틀림없다. 이 세계에 정의는 없다.
이와 같은 나의 분노는 언제나 정당하며 매우 합리적이다. 그러나 대개의 인간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예를 들어보겠다. 가로수가 넘어져 자식이 깔려 죽었다고 하자. 그 부모는 매우 슬플 것이다. 그리고 그 슬픔을 가로수의 관리 책임을 방기한 구청 등 지역 행정에 대한 분노로 승화시킬 것이다. 웃기지 않은가? 자기 자식을 죽인 것은 가로수인데? 자식의 명예를 위한답시고 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지도 모른다. 자식이 전염병으로 죽었을 때, 선박 사고로 죽었을 때, 열차 사고로 죽었을 때, 갈 곳 없는 그들의 분노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향한다. 비이성과 광기의 전형이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나는 장기간에 걸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받았다. 위 경우 내 자식을 죽인 것은 가로수, 바이러스, 물, 열차다. 내 분노는 원인을 향한다. 물론 나도 직감적으로 다른 인간을 비난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짐승적 분노에 인간 이성의 고삐를 성공적으로 채운다.
나에게 못된 짓을 한 좆같은 새끼들은 사람 외의 것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지난 번 바닥에 떨어져있던 압정이 있다. 보통 인간은 "누가 여기에 압정을 놔둔 거야!" 하고 분노하겠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압정 자체에 분노한다. 압정 개 씨발새끼. 너는 내 발바닥을 뚫으려 했지. 그러나 아무런 소용도 없었지! 나는 신발로 네 공격을 방어했어! 네 사악한 시도는 실패에 그쳤지! 그러나 내가 아끼는 내 신발이 대신 피해를 입었어. 이걸 어떻게 보상할 거야! 나는 압정의 목과 머리를 분리하여 복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행위가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저열한 복수심의 실현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신 그 압정을 사용해서 인쇄물을 게시판에 고정했다. 감정을 배제한 합리적 선택은 언제나 생산적 결과를 낳는다.
세계에 대한 내 분노를 들은 자들은 반문한다. 그 분노 때문에 괴롭지 않냐고. 나더러 마음을 수련하여 상대를 용서할 것을 권한다. 용서하여 분노를 잊을 것을 권한다. 분노에 빠져 사는 삶은 불행할 것이라며, 이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첨언과 함께. 그러나 천만에! 나는 괴롭지 않다. 내가 분노를 잊지 않는 이유는 내 기억력이 매우 비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번 보거나 들은 것은 절대 잊지 않을 뿐이다. 나는 그저 내 전능한 기억력을 적시했을 뿐이다. 부러운가? 당신이 분노를 포함해 많은 것들을 자꾸 까먹는 개빡대가리라는 사실을 잘 알겠다. 그러나 그것이 내 기억력이 나빠져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수준으로 남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저열한 천민놈들. 역겹다.
본성이 이기적인 이들은 분노 때문에 괴로워할지도 모르겠다. 쓰레기 같은 놈들. 너희들은 자신이 남에게 한 잘못은 다 잊어버리고, 남이 자신에게 한 잘못만 기억하지. 그리고 그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지. 모순적이다. 이율배반적이다. 이중잣대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나는 다르다. 내가 기억 때문에 괴롭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남에게 잘못한 기억 때문이다. 언제나 이 기억 때문에 괴롭다. 그 때 그에게 잘못했던 것이 너무 괴롭다. 그 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때 그렇게 행동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도 이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싶다. 그러나 비상한 기억력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하다. 이 머리는 그 무엇도 잊지 않는다.
많은 경우 나는 내 잘못에 대하여 벌받지 않고 어떻게든 넘어갔다. 죄값을 치르지 못했다. 그 사실이 너무 괴롭다. 한때는 "역시 권력을 갖고 볼 일이다.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으니 너무나 쾌적하다." 라고 자신을 다독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말이었고, 자기기만이었고, 우소였다. 나는 전혀 쾌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괴로웠다.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너무 괴롭다. 내가 정말 잘못했어. 모든 게 다 내 잘못이야. 제발 내게 벌을 내려줘. 나는 그 죄값을 갚고 싶어. 그게 그건가? 바로 지금 이 괴로움이 그 죄값인가? 그렇구나! 나는 사실 성실히 그 죄값을 치르는 중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편안해져? 그런 죄를 짓고 편안해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피해자는 고통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만 편안해질 수가 있지? 너무 괴롭다. 나는 죄값을 치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