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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에는 단점을 쓰는 것이 아니다.
취업 설명회에서 들었다. 자기소개서란에 정해진 형식이 있어서 자신의 단점을 써야 하는 경우, 그곳에는 단점을 쓰는 것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 단점같지만, 사실 좀 더 읽어보면 이게 단점인지 뭔지 사실은 장점임 ㅋ 인 걸 쓰면 된다. 단점 쓰랬다고 멍청하게 "저는 게으릅니다" 하면 진짜 이걸 자기소개서라고 쓴 거냐? 그런 식으로 아무런 생각도 노력도 없이 쓰면 뽑아줄 것 같아? 정말 그 말대로 말 그대로 게으르네. 단점이란, "길 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자꾸 번호를 물어봐서 곤란합니다" 같은 것이다. 그래 정말 곤란하시겠지. 곤란한 이유는 휴대전화가 없기 때문에. 휴대전화가 없는 이유는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은 충분한 부끄러움이지. 그래, 우편번호를 알려주면 되겠다. 아니면 주민등록번호?
저는 게으릅니다.
저는 게으릅니다. 게으르기에 취업을 할 생각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저 심심하니까 자기소개서를 쓸 뿐입니다. 나를 붙여줄 생각이 없다고? 떨어트릴 거라고? 맘대로 하시지! 나는 상관없어. 어차피 붙어도 안 다닐 거야. 너네 회사는 우리 집에서 너무 멀고 업무 내용이 너무 재미없고 귀찮거든. 너네 회사에 떨어져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어. 게을러도 살아남을 수 있다. 돈이 필요하면 지나가는 사람을 죽여서 돈을 빼앗으면 된다. 그걸로 먹고 살면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어떻게 죽인단 말인가? 아마도 칼로 찔러서? 죄책감이 상당하겠군. 밤에 잘 때마다 꿈에 나올거야. 멀리서 저격총으로 죽이면 몰라 가까이서 칼로 찔러 죽어야 한다면 그 표정 그 울부짖는 소리 그 칼로 살을 가를때의 감촉 그 피냄새 그 모든 것이 기억에 남아 지워지지 않을 거야. 날이 갈수록 기억은 더 생생해지겠지. 내가 죽였던 그 사람이 내 꿈에 나와 매일밤 내가 했던 것과 똑같이 나를 죽일 거야. 나는 단 한번 죽였을 뿐이지만 몇천번이고 몇만번이고 죽임을 당하겠지. (10년은 약 3650일이다.) 이거 전혀 남는 장사가 아니야. 나는 죽일 수 없어. 그러나 나는 돈이 필요하다. 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무슨 수로 돈을 구한단 말인가? 취업? 너네 회사에 취업? 하루에 8시간씩 주 5일을 일해야 하는 너네 회사에 취업? 끔찍하다. 차라리 죽겠어. 자살하면 단 한번 죽을 뿐이지. 게으른 자에게 걸맞는 결말이군.
저기 걸어가는 저 사람 칼로 찔러 죽이고 100만원받기 vs 그냥살기
닥후요. 1000만원이면 닥후까지는 아니고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대아님) 조금 고민하겠지만 그래도 후자입니다. 진심입니다. 1억이요? 그래도 후자요. 10억이요? 오 주여 부디 제게 이 시련을 이겨낼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