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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계산 2020. 4. 23. 16:32

나는 유튜브를 본다. 유튜브는 멈출 수 없다. 추천 동영상이 존나게 뜨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영상이 존나게 추천되어서 클릭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재미있다.

 

추천 동영상을 하나하나 감상한다. 그러나 감상한 동영상마다 또 동영상을 추천해준다. 동영상 하나가 10개의 다른 동영상을 추천해준다면, 그 각각은 또 10개씩의 다른 동영상을 추천해주고...... 이래서는 봐야 할 동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언제 다 보지? 끝이 없다.

 

사실은 끝이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동영상의 개수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동영상을 보는 속도 역시 유한하기에 나는 동영상 감상을 끝낼 수 없다. 기껏해야 2배속으로밖에 볼 수 없는 유튜브의 제한 및 내 인지능력이 병목이다. 10^10 배속으로 볼 수 있었다면 모든 유튜브 영상을 이미 다 봤을 텐데.

 

아까부터 3주째 유튜브만 보느라 집 밖에 못 나가고 있다. 한시라도 유튜브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 이대로라면 잠도 안 먹고 밥도 안 보고 유튜브만 먹는 폐인이 되겠어. 아니, 이미 폐인이 되었어. 그래,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나는 이미 폐인이야. 이 모든 것은 유튜브 때문이다. 유튜브만 아니었어도 나는 존나 성공한 치킨집 사장이 되어있었을 텐데.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강연으로 떼돈을 벌고 있었을 텐데. 개씨발 좆같은 유튜브새끼를 죽이고 싶다. 존나 칼로 푹푹 찔러서 죽이고 싶다. 마치 된장찌개에 넣을 호박을 손질할 때처럼~ 뚝딱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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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에 열매가 많이 열리는 나무가 있었다. 그러나 나무의 키가 높아 열매를 따기 어려웠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나무를 올라타거나 하는 등의 어려운 일을 거쳐야만 했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나무의 열매를 따기 쉬운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상인이 마을에 와서 말했다.

 

"나무를 전기톱으로 자르면 나무가 쓰러져 열매를 쉽게 딸 수 있을 것이오. 여기 전기톱이 있으니 나무를 잘라 열매를 따도록 하시오."

 

이에 사람들은 상인에게 전기톱(아마도 비싼 값)을 사서 나무를 잘라 열매를 쉽게 땄고, 그들은 열매를 쉽게 딸 수 있어 기뻤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나무의 가지가 잘리면서 죽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은 상인에게 따졌다. 그러자 상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히 나무가 죽는다는 것을 몰랐단 말이요? 나는 당신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해결해줬을 뿐이오. 당신들이 어리석은 것을 누굴 탓하리오."

 

그리고 상인은 다른 마을로 떠났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상인의 말만 듣고 나무를 자른 것에 후회하였다고 한다.

------------ <눈높이 국어> (<http://bakwi.io/blog/writing-style-and-me/> 에서 재인용) -------------

 

 

유튜브가 바로 저 상인 같은 놈이다. 천하의 몹쓸 놈이다. 뭐 시발? 내가 어리석었다고? 주야장천 구주장창 유튜브만 본 내 잘못이라고? 너는 유튜브의 위험성을 내게 설명해주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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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아니면 해당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넓게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감언이설로 허황된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결과적으로 그들에게서 이익을 뜯어먹은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 <http://bakwi.io/blog/writing-style-and-me/> ---------------

 

 

그래 역시 세상은 약육강식. 나는 유튜브에게 먹힌 고깃덩어리일 뿐이지. 유튜브가 광고수익으로 떼돈을 벌 동안 나는 네 시간과 젊음과 에너지를 모두 유튜브에 바쳤어.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약 빤 동영상이라는 유혹에 이기지 못했어. 내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 나는 아무 훈련도 받지 못한 힘없는 개인이지만, 네트워크 저 너머에서는 클릭 수를 높이려고 박사급 연구원을 100명씩 고용해서 딥러닝 모델을 개발하는데?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 교활한 놈들. 악랄한 놈들. 서큐버스 같은 놈들. 나는 이제 꿈도 희망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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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의견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3주간 집 밖에 나가지 않으셨다니, 저희로서는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요? 덕분에 당신 주변지역이, 더 나아가 이 나라가, 이 지구가, 코로나바이러스19로부터 안전해졌습니다.

 

귀하의 말에 따르면, 귀하께서는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집 밖을 존나게 싸돌아다니면서 여기 저기 불려다니며 강연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귀하께서 재채기를 한 번 할 때마다 비말이 튀면서 청중 중 감염자가 100명씩 생기겠죠. 강연 한 번에 재채기를 10번 한다고 하면 벌써 감염자가 1000명입니다. 끔찍하네요. 요즘 시국에 집 밖으로 돌아다니는 개씨발새끼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막을 수 있어서 저희는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일부 이권 세력은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접수대 직원, 행정직원 등 의료진들의 노력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진정한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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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책 덕분에 흑인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의 정책과 상관없이 흑인 실업률은 발언 6년 전부터 꾸준한 하향세였다고 함)

https://www.politifact.com/factchecks/2018/jan/30/donald-trump/donald-trump-partly-correct-rejoinder-jay-z/

https://en.wikipedia.org/wiki/Half-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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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19 확산 방지에 가장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저희 유튜브입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 집에서는 할 게 없다며 바깥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전파할 것입니다. 바로 저희 덕분에 비말이 튀어봤자 모니터 앞이죠.

 

병마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게 꿈입니까? 의사가 되지 마시고 저희 유튜브로 취업하세요. 이미 의대생이라고요? 어서 자퇴하시고 저희 유튜브로 오세요. 원래 의사들이 하는 게 별 거 없습니다. 명의 편작은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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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작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었는데, 어느 날 황제가 편작에게 그의 두 형과 편작의 의술을 비교하면 어떠하냐고 묻자, 의술로는 맏형이 제일 으뜸가며 그 뒤를 작은 형이 잇지만 자신은 가장 못하다고 대답했다. 황제는 다시 편작의 형들의 의술이 그리 뛰어나다면 어째서 편작의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지느냐 묻자 편작은 이렇게 답했다.

"제 맏형은 환자가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표정과 음색으로 이미 그 환자에게 닥쳐올 큰 병을 알고 미리 치료하기 때문에 환자는 의사가 자신의 큰 병을 치료해 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또한 둘째 형은 병이 나타나는 초기에 치료하므로 그대로 두었으면 목숨을 앗아갈 큰 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들 눈치채지 못합니다. 이 탓에 제 형님들은 가벼운 병이나 고치는 시시한 의술로 평가받아 그 이름이 고을 하나를 넘지 못하지만, 저는 이미 병이 크게 될 때까지는 알지 못해 중병을 앓는 환자들을 법석을 떨며 치료하니 제 명성만 널리 퍼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https://namu.wiki/w/%ED%8E%B8%EC%9E%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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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공과 수자원공사는 깨끗한 물을 제공하여 전염병 발발을 예방하고 각종 질병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합니다. 유튜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민들을 효과적으로 가택에 감금하여 전염병 확산을 저지합니다. 그러나 퍼지는 것은 의사, 간호사,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명성뿐이다. 유튜브 운영팀의 일원인 나는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상의, 중의, 하의 중 이름이 나는 것은 오직 하의라니, 이 모순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 노력과 공로가 인정받지 못하는 이 작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단 말인가?

 

사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이 모두 소인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의사에 대한 선망, 질투, 부러움, 열등의식의 발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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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hdkim.net/board/free/?q_free=%EC%9D%98%EC%82%AC

김박사넷 익명게시판에 '의사' 로 검색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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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이 옳다면, 그 외의 인정은 필요없다." -- 그레고리 페렐만

"이미 우주를 조작할 줄 아는데, 백만금이 무슨 소용인가?" -- 그레고리 페렐만

https://en.wikiquote.org/wiki/Grigori_Perelman

https://www.azquotes.com/author/47024-Grigori_Pere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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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페렐만은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깨끗한 물과 재미있는 동영상을 제공해 사람들을 보호하면 됐지, 그 외에 뭐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저는 이미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세상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공자의 다음 격언을 되새기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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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 하지 않음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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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승을 기원하며,

유튜브 운영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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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꼰대네. 그래서? 너희 자본가 계급이 부동산 투기 시세차익으로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거액을 벌어들일 동안, 나 같은 서민은 그저 집에 같혀서 유튜브만 보며 인생을 탕진하라 이거냐? 유튜브 재미있게 보면 됐지, 뭘 더 바라냐고? 자본가 계급에 대한 질투는 버리고 유튜브나 열심히 보라고?

 

하여튼 페렐만 공자 이놈들도 존나 사다리를 걷어차는 거지. 자기들은 온갖 종류의 인정을 다 얻어놓고 남에게는 "인정을 갈구하지 말라"고? 입으로는 정의를 말하면서 권력을 이용해 온갖 편법/불법적 이익을 다 챙기는 조국이랑 너네가 다를게 뭐냐? 논어가 저자미상의 책이고 페렐만이 익명으로 arXiv에 논문 투고했으면 나도 인정한다.

 

하긴 익명으로 논문 투고해도 필즈상위원회에서 눈에 불을 켜고 저자를 찾아내겠지. 이중적인 과학계 새끼들. 정리, 정의 등 각종 개념에 사람 이름을 붙여서 특정 선인의 위대함을 기리고, 화학 원소에 나라 이름, 기관 이름을 붙여 해당 집단에게 영광을 주고, 노벨상이다 아벨상이다 튜링상이다 필즈상이다 뭐다 하면서 온갖 상을 만들어내고, 교재에는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한 선인들의 역사적 일화로 가득하고, 정작 과학에 대한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없는 온갖 인물 중심적 위인전들이 난무하는데, 뭐? finding things out의 즐거움? 이놈들의 이중성은 정말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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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n.wikipedia.org/wiki/The_Pleasure_of_Finding_Things_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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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너머에서 박사급 딥러닝 연구원 수백명이 자극적이고 유혹적인 동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개인이 그 알고리즘에 대항하기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다. 인정, 명예, 영광의 분배에 기형적으로 집착하는 체계 하에서 순수하게 finding things out을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자기계발의 성공여부, 내면의 성숙여부로 바라보는 관점은 그저 실패자들을 비난하기만 할 뿐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질투와 열등감을 버리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그 질투와 열등감이 자라나는 체계를 만든 것은 누구인지 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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