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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기

계산 2019. 12. 6. 22:32

왜 열심히 일하지 않죠?

 

삶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일도 할 필요가 없잖아요. 아 그럼 밥도 먹을 필요가 없는 건가? 숨도 쉴 필요가 없는 건가?

 

그건 노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되는거 아님?

 

하긴 그런가 자동으로 되는건가... 뭐가 자동이고 뭐가 수동인지 잘 모르겠다. 하긴 그러네. 숨쉬는 건 정말 자동이네. 오히려 숨을 안 쉬려고 하면 엄청나게 끔찍한 일이 생기지. 숨을 안 쉴 수는 없다. 그런데 밥 먹는 것도 자동인지는 모르겠다. 밥은 수동 아닌가?

 

뭔개소리야... 아무튼 왜 열심히 살지 않죠? 그렇게 살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저는 이미 많은 걸 이뤘습니다. 저는 글을 읽을 수 있어요! 이거 분명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님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살다간 수많은 문맹자들이 그 증명입니다.

 

저도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아버지의 ...... 할아버지의^1000 할아버지는 못읽었을걸요?

 

지금 나랑 장난하냐? 뭘 아까부터 그렇게 자꾸 쪼개는거야? 재밌냐? 글 읽을 수 있게 된 게 진짜 자네 인생의 성취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글을 읽을 수 있게 되기 위해 정말 노력했나?

 

아까부터 뭔가 좀 맹목적인것같아. 왜 뭔가를 이뤄내야 하지? 왜 노력해야 하지?

 

기가 막하네. 그건 핑계죠. 열심히 살지 않는 현재의 자신에 대한 핑계죠. 아니 정말 열심히 살 필요가 없고 아무것도 이루고 싶지 않았더라면 여기는 왜 왔어?

 

핑계 말인가요. 그러나 제가 정말 열심히 살려고 했었다면 핑계 같은 건 댈 필요 없잖아요. 그냥 열심히 살고 있었을 텐데. 핑계를 댄다고 지적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살 생각이 없네" 라는 가정이 있어야죠. 하긴 그래도 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여기 온 이유...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죠. 일단 제 가설은 "다른 거 할 게 없어서" 입니다.

 

열심히 살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면 열심히 해야 할 거 아냐.

 

아까부터 제가 존나 하나도 안 열심히 사는 것처럼 말하시는데 당신이 저에 대해 뭘 안 다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사실 제가 존나 열심히 살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정도는 보면 압니다. 자네는 좀 열심히 살 필요가 있어 보이네. 너무 열심히 살아서 문제인 사람도 가끔 있지. 근데 너는 아니야.

 

그거 그런 거 아니냐? 경험 많은 형사가 법정에서 "피고가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라는 질문에 "눈을 보면 안다고!" 라고 답하는 거 같은 거 아냐?

 

아니 그건 아니고 길 가다가 벤츠 아우디 BMW 등 외제차 보고 "비싸겠네" 하고 생각하는 거랑 같은거임. 너는 모델명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중고차 시세를 알아본 후에야 "비싸겠네" 하고 생각하냐?

 

하긴 모두가 그런 걸까. 모두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걸까. 실제로는 게으르게 살더라도 열심히 사는 삶을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다들 게으른 자를 비난하고 열심히 사는 자를 치켜세우는 걸까. 요즘 서점의 트렌드는 게으름이던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같은 책들도 있고. 그러나 그런 트렌드는 열심히 사는 삶을 찬미하는 기존의 문화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존재할 뿐인 것이겠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으면 게으름을 주창할 이유도 없어.

 

응 그래 모두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는 당연한 것이야. 모두가 그러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

 

아냐 어쩌면 너만 그런 걸지도 몰라. 네가 특이한거야. 너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구나. 열심히 살아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구나. 그런가? 정말 그런가?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좀 덜 힘들게 살기 위해 택한 거 아냐? 더 힘든 일도 많을 텐데. 아니야 미안해. 내가 선을 넘었구나. 네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닐 텐데. 네 삶의 철학은 네가 걸어온 길과 밀접한 관련이 있겠지만 내 주제에 그것을 왈가왈부한 자격은 없을 텐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나는 아주 크나큰 잘못을 했어. 나는 쓰레기야. 나는 죽어야 해.

 

또 그거냐? 잘못은 네가 했는데 이제 네가 너를 위로해줘야 해? "아니야 죽지 마 너는 살 가치가 있어 너는 정말 아주아주 훌륭한 사람이야 네가 죽으면 괴로워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 잘못한 거 알면 스스로를 비난하기만 하지 말고 고치려고 노력을 해! 쓰레기라느니 죽어야 한다느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너는 쓰레기도 아니고 죽어야 할 필요도 없어. 그저 네 행동을 고치면 돼.

 

나는 내 행동을 고칠 수 없어. 내가 쓰레기이기 때문이지. 나는 죽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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