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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돌리다가

계산 2019. 11. 3. 01:28

목을 돌리면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삐걱삐걱하는 즐거운 소리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 소리가 안 들리는 것 같다. 소리가 공기가 아닌 뼈, 근육, 인대 등의 진동을 통해서 청소골에 전달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한테만 들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목을 돌리다가 목 신경이 손상을 입어 전신마비되면 어떡하지? 갑자기 목에 격한 통증이 느껴지고, 병원으로 실려가고, 더 이상 목 아래는 몸이 움직이지 않고,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한다. 끔찍한 일이다. 이 끔찍한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 내 의지로는 몸을 움직일 수도 없어서 자살조차 할 수 없다. 너무 끔찍하다. 죽지도 못하는 이런 비참한 삶을 계속 살아야만 하다니.

 

이 일을 예방하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1. 지금 미리 자살하기. 죽어 있는 상태라면 목 신경이 손상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 목 안 돌리기. 마치 팔 또는 다리가 부러진 환자에게 기브스 없이 "팔 또는 다리를 움직이지 말고 뼈가 붙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라고 하는 꼴이다. 될 리가 없다.

 

3. 목에 기브스 하기. 하기 싫음.

 

4. 어금니 안쪽에 독약을 설치해두기. 유사시 혀로 독약을 건드려 먹을 수 있다. 북한 특수공작원들이 쓴다고 하는 방법이다. 적에게 생포될 경우 어떤 끔찍한 고문을 받을지 모르고, 고문을 통해 군사기밀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걱정은 할 필요 없을지 모른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인터넷과 전기와 화장실과 가스와 숟가락 젓가락 포크 나이프 컵 접시 사발 등 식기와 집과 옷이 없으면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지만, 그런 거 없을 때도 사람들은 살았다.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스티븐 호킹처럼, 몸이 안 움직여도 어떻게든 적응해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나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적응하느니 차라리 죽음이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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