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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계산 2019. 7. 17. 11:31

제 꿈은 비행기를 발명하는 것입니다. 종이로 접어서 날리는 그 비행기 말고,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 비행기요. 제가 보기에 비행기 발명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생물학과 기계공학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생물학을 이용합니다.

1a. 새들은 이미 하늘을 잘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람은 새에 타고 하늘을 날면 될 뿐입니다. 마치 사람들이 지상을 빨리 달리기 위해서 말을 이용했듯 말이죠. 말을 키워 길들여왔던 역사처럼, 새를 키워 길들이고, 마구(馬具)가 아닌 조구(鳥具)를 잘 이용해서, 새를 타고 하늘을 날면 될 뿐입니다. 직접 새에 타는 게 불가능하다면, 조차(鳥車)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새가 끄는 수레입니다. 말을 타지 못했던 아녀자들도 마차는 탈 수 있었습니다. 같은 원리입니다.

1b. 말은 사람이 탈 수 있지만 하늘을 날지 못합니다. 새는 하늘을 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사람이 탈 수 없습니다.

  하늘을날기 사람이타기
O X
X O

저는 하늘을 낢과 동시에 사람이 탈 수 있는 생물이 필요합니다. 조금 전에 제가 언급한 방법은 새를 사람이 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말이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더 약속된 방법일까요? (Which way is more promising?) 전설 속에는 둘 모두가 등장합니다. 사람이 탈 수 있는 커다란 괴조,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말 페가수스.

1c. 또 다른 방법은 두더지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하늘을날기 사람이타기
O X
X O
두더지 X X

두더지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동시에 사람이 탈 수 있도록, 훈련시키면 됩니다.

2. 생물학 대신 기계공학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두더지는 생물입니다. 밥도 먹고, 똥도 누어야 합니다. 말과 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을날기 사람이타기 밥안먹어도됨 똥안눠도됨
O X X X
X O X X
두더지 X X X X

밥을 먹고 똥을 눠야 한다니, 정말 끔찍하네요. 저는 생물이 싫습니다. 생물학이 싫습니다.

반면, 붓은 밥도 먹지 않고 똥도 누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람이 탈 수도 있습니다.

  하늘을날기 사람이타기 밥안먹어도됨 똥안눠도됨
O X X X
X O X X
두더지 X X X X
X O O O

이제, 붓이 하늘을 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이에는 기계공학이 필요합니다. 생물학에 대한 기계공학의 우월성은 이로써 명백해졌습니다.

제가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입니다. 서울대학교 소아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점심식사로 맛있는 메뉴와 맛없는 메뉴 모두를 제공하는 건 맛있는 메뉴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함입니다. 기획서에 개병신같은 안과 개쩌는 안 둘 모두를 제시해야 하는 이유는 개쩌는 안을 더 개쩔게 하여 채택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생물학을 논했던 건 기계공학을 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였습니다. 저는 기계공학과 진학을 지망했고, 입시 면접을 봤습니다. 저는 면접관들 앞에서 논했습니다.

제 꿈은 비행기를 발명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계공학이 필요합니다. 생물학적 접근법은 가망없습니다(hopeless). 이는 자동차의 예시에서 명백히 드러납니다. 지금은 누구도 말을 타고 다니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마차는 가장 작은 버스의 안락함에 미치지 못합니다. 생물학은 가망없으며(hopeless), 기계공학만이 희망입니다(hopeful).

열변을 토하던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면접관 두 명 중 한 명은 생물학과 학부 출신이고, 다른 한 명은 열정적 좌파라는 것을.

어디에나 좌파가 있습니다. 특히 실리콘밸리와 강남은 소수자 권리를 옹호하고 동성 결혼을 지지하며 정치적 올바름에 민감한 IQ 140 하이 인텔리 좌파들로 우글우글합니다. 이들은 본성(nature)이 아닌 양육(nurture)을 말합니다. 적절한 교육과 사회적 노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차별 없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양극화는 바꿀 수 있는 운명이라고 믿습니다.

백인들 앞이라고 백인우월주의를 논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한국인들 앞이라고 독도는한국땅주의를 논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기계공학과 교수 앞이라고 기계공학우월주의를 논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