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콘서트
클래식 음악 콘서트에 다녀왔다. 언제 다녀왔냐면, 10년 전에 다녀왔다. 정확히 10년 전에 다녀온 것은 아니고, 약 10년 전에 다녀왔다. 다녀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숙제였기 때문이다. 교무실에서 협박 아닌 협박을 당한 그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음악회에 다녀온 후 감상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진급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말이 되냐? 한 과목 숙제 하나를 안 해서 1년 꿇는다는 게?
클래식 음악 콘서트에 다녀왔다. 언제 다녀왔냐면, 5년 전에 다녀왔다. 정확히 5년 전에 다녀온 것은 아니고, 약 5년 전에 다녀왔다. 다녀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숙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후에 알게 된 바로는, 음악회에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다녀온 것처럼 보고서를 써서 제출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채점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현장에 다녀와서 쓴 보고서와 그렇지 않은 보고서를 구분할 수 있을까?
클래식 음악 콘서트에 다녀왔다. 언제 다녀왔다면, 1시간 전에 다녀왔다. 정확히 1시간 전에 다녀온 것은 아니고, 약 1시간 전에 다녀왔다. 다녀오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무료 샌드위치와 커피를 제공했기에 다녀왔다. 물론 입장 역시 무료였다. 비행기 일등석에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라면을 무료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입장이 무료가 아니었다면 제공되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무료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음식 먹는 소리는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격식있는(=비싼) 음악회에서는 음료를 포함한 음식물 일체가 반입 금지다. 아니, 별로 비싸지 않아도 음식물 반입은 금지다. 사실 그런 데 별로 안 가서 금지인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음식 먹는 소리가 정말 음악 감상에 방해되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고 음식을 먹었다. 혹시 방해가 되더라도 나 혼자 방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시 방해가 되더라도 비난의 화살은 내가 아닌 주최측을 향할 것이다. 그러나 공짜로 샌드위치 주고 음악 들려주는데 누가 감히 비난하겠는가? 비난가능성에 대해서만 계속 논하는 것은 정도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못 하면 욕먹고 잘 하면 침묵인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입장하기 전에 배부받은 팸플릿에는 연주자들의 이력이 써있었다. 서울예고 수석 졸업, 서울대 음대 수석 졸업, 이화여대 음대 수석 졸업, 한예종 음대 수석 졸업, 무슨 들어보지도 못한 외국 명문대 수석 졸업, 석사, 박사, 무슨 들어보지도 못한 콩쿠르 우승, 무슨 들어보지도 못한 상 수상, 무슨 들어보지도 못한 오케스트라가 어쩌고......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개쩌는 스펙인 것 같다. 재능도 있었을 것이고, 노력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여기에 필요한 사람들인 걸까. 이 자리에 온 사람들 중 평범한 대학 20등 졸업의 연주와 서울대 수석의 연주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왜 그들은 그런 스펙으로 여기 와서 연주를 하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그들은 그렇게 노력했던 걸까.
아무나 연단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주자 이력을 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평범한 대학 20등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때까지 투자했던 시간과 돈은 그에게 무엇일까.
연주자들은 여자였다. 그렇게 보였다. 물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들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 또는 그 외의 성일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성별이 중요하지는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들이 주로 여자들이 입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그런 옷을 자주 입는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런 옷을 입는 사람은 대부분 여자다.
+ P(그런 옷을 입음|여자임)은 높지 않다
+ P(여자임|그런 옷을 입음)은 높다
관객들 대부분은 소매가 손목까지 오는 옷을 입고 있었다. 대조적으로, 연주자들은 소매가 어깨 또는 가슴까지 오는 옷을 입고 있었다. 관객인 나는 생각했다. 쟤내들 안 춥나? 그러나 이는 관객 입장에서의 편파적 시각에 지나지 않는다. 팔과 목과 어깨가 드러나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연단에 서서, 관객들을 바라보며, 연주자들은 생각할지 모른다. 쟤내들 안 덥나?
콘서트를 무사히 마친 후,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으며, 아마 그들은 이렇게 회포를 풀 것이다.
제목: 콘서트 시작할 때 공감
내용: 관객들 옷 존나두꺼움 ㄷㄷ 저거 안 덥나? ㄷㄷ 나라면 땀존나뻘뻘흘릴것같은데 별로 더워하는것같지도 않던데 ㄷㄷ 뭐지 ㄷㄷ 존나신기하네 ㄷㄷ 어떻게 저렇게 입고 음악을 들으러 오지??? ㄷㄷ
댓글1: ㄹㅇ ㅋㅋㅋㅋ 그렇게입고 한시간넘게 앉아있음 ㅋㅋㅋㅋ 아진짜 안덥나? ㅋㅋㅋ
댓글2: 사실 그거 존나더운데 더운척하면 예의가아니라 격식차리느라그럼 ㅋㅋㅋ
댓글3: ㄹㅇ 존나 이해안가지만 자기들이 격식차린다는데뭐 ㅋㅋㅋㅋ
댓글4: 원래 더워죽는것보다는 격식차리는게우선임 ㅋㅋ 상투를 자르느니 내목을잘라라 이런거랑 비슷한듯 ㅋㅋㅋ
댓글5: 나 전에 관객 한명한테 왜 그렇게 덥게입고오냐고 물어봤는데 존나 내가 이상한사람취급당함 ㅋㅋㅋ 시발 ㅋㅋㅋ 그냥 좀 이해가 안 가서 질문한 것 뿐인데 왜 이상한사람 취급당하지? ㅋㅋㅋㅋ
댓글6: 사실 걔내들이 입고오는 옷 앞에서 볼 때만 두꺼워보이고 뒤는 뻥뻥뚫려있음 뒤에서보면 등하고 엉덩이 다 드러나는 옷임 너네는 앞에서만 보니까 모르지 ㅋㅋㅋ 그 옷 사실 무지 시원함 ㅋㅋㅋㅋㅋ
나는 연주자가 아니라 관객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려 노력해도 소용없다. 내 삶의 경험으로는 연주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관객 입장의 편파적인 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불가능한 객관성을 포기하고, 주관적인 글임을 명백히 한 후 내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이 어떨까. 리뷰를 가장한 광고는 문제가 되지만, 광고임이 명백한 광고는 문제되지 않는다.
소매가 짧은 옷을 입으면 연주중에 겨드랑이 털이 보일 수도 있다. 겨털 또한 머리카락이나 눈썹과 다를 바 없는 체모일 뿐이니 보여져도 문제없는 것일까? 이미 제모해서 보일 일 없으니 문제없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털이 아니라 음악 연주일 뿐이니 문제없는 것일까? 팔이 어깨 위로만 올라가지 않는다면 겨털은 보이지 않으니 문제없는 것일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연주에 임하고 있을까? 연주 중 그들의 팔은 어깨 위로 단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고, 나는 끝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