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Math 왜 수학을 공부하는가
[EBSMath 왜 수학을 공부하는가]
여러분은 왜 수학을 공부하나요? 그리고 우리는 수학공부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미국의 한 취업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도 최고의 직업으로 수학자가 뽑혔습니다. 수학의 어떠한 점이 이토록 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동영상을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봅시다.
www.ebsmath.co.kr
0:58 "결국, 앞으로는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이 좋은 직업을 구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군요."
영상 0분 58초에 나온 내레이션이 내용을 잘 요약해준다. 좀 더 자세한 요약은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작업환경, 연봉, 미래 전망, 업무 스트레스 등을 고려하여 직업의 순위를 정했더니,
1위 수학자
2위 통계학자
3위 보험계리사
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모두가 수학 관련 직업이다. 상위권에 수학 관련 직업이 다수 랭크되어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수학적 사고능력이 중요해졌다.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였던 제임스 사이먼스는 수학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스티브 잡스도 수학으로 픽사를 성공시켰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수학으로 뛰어난 검색엔진을 만들었다. (이제보니 다 미국사람이네)(사실 수학실력보다는 미국인으로 태어나는게 성공의 핵심임)
개좆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자라나는 초중고딩 꿈나무들을 비롯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저런 식의 계층화되고 서열화된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개좆같은 사회 구성원에게 알맞은 개좆같은 내용이다. 원래 구성원 수준에 맞는 도덕만이 필요하고 그 이상의 도덕은 실현 불가능한 법이다. 너도 나도 그럴듯한 직업을 가져 노력에 걸맞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거머쥐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교육은 그런 식의 경주였다. 교육기관인 EBS는 그런 식의 경주를 장려하여 본인의 소임을 다했을 뿐이다.
는 너무 과한 비판일지 모른다. 얼마 전 어떤 수학 인강강사의 용접공 비하가 사회적 논란이 되지 않았는가? 많은 이들이 서열회된 직업의식에 열정적으로 반기를 든다. "적성을 고려하여 직업 선택에 대한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조언을 한 것일 뿐 비하가 아니다" 라는 의견도 많이 있었으나, 평등한 직업관으로 중무장한 자들에게 잘 통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비하로 해석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발언으로부터 용접공을 지키기에 바빴다. 대개의 장소에서 논쟁의 핵심은 "비하니 사과해라 vs 비하가 아니다" 였지, 다음 구도가 아니었다.
네가 지금 편히 거주하는 건물도 용접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진건데 비하니 사과해라 vs 용접공이 공부 지지리도못하는애들이 어쩔 수 없이 먹고살려고 선택하는 삶의 질 밑바닥 앰창직업인거 사실인데 왜 사과? 너라면 의사나 변호사 말고 용접공하겠냐? 네 자식이 의사나 변호사 될 수 있는데도 용접공 하라고 시킬거냐?
(디시에서는 저런 구도였던 것 같긴 함)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강사의 발언 한마디는 논란이 된다. 이 EBS영상은 아무런 문제없다. 그 강사의 발언은 생방송 중에 나온 말실수였다. 깊게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니다. 이 EBS영상은 여러 명이 시간을 들여 만들었고 여러 명의 감수를 거쳤다. 전자는 우발적이었고 후자는 계획적, 의도적이었다. 후자의 책임이 훨씬 무겁다. 그런데 왜?
"그 내용이 논란이 될 만한 것은 반드시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다" 는 가정이 잘못됐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떡밥은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쳐서 형성될 뿐 필연적 인과관계를 분석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그 강사는 원래부터 유명한 인강강사에 유튜버라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데 저 EBS영상은 그냥 듣보잡이라? (그 강사는 용접공 발언 때문에 한층 더 유명해짐)(유명한것때문에 더유명해진다니 원래 빈익빈부익부 이것은 불변하는 세계의원리)(나는평생안유명하겠지시발)(이블로그도 사실 유명해지고싶어서 시작한건데 평생안유명하겠지시발)(애초에 명성을 좇는것자체가 허망한거임 유명해져서뭐할건데?)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멍청해서 그런 겁니다. 용접공 비하는 구체적인 표적이 있으니 (비록 그 표적이 내가 아닐지라도) 이해가 쉽다. 쉽게 이해되니 쉽게 기분이 상하고 경솔한 발언을 비판할 동기가 생긴다. EBS 영상은 일차적으로 특정 직업을 비하하지 않는다. 그저 서열화된 직업관만이 드러나있을 뿐이다. 특정 직업 비하 발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추상적이라 EBS 영상을 비판할 동기를 얻기 어렵다.
원래 다 그런 것입니다. 젊은 시절 힘들게 살아 몸으로 대한민국을 일궜는데 남은 것이라곤 높은 노인빈곤률과 노인자살률뿐. 그럼에도 태극기를 들고 애국을 외칩니다. 저출산의 여파로 풍족한 어린시절을 보냈으나 헬조센이 어쩌니 하며 국가와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신 분들과는 대조적이네요. 비숙련 저임금 노동을 하며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지만 자기 자식만은 본인과 같은 길을 걷지 않고 명문대를 나와 그럴듯한 직업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분들도 노인 폭행, 지하철 수리공 사망 같은 뉴스에는 귀를 귀울입니다.
"지리멸렬하게 논리적 허점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요점 파악이 중요한 겁니다."
지리멸렬하게 그의 논리적 허점을 찾던 내게 그는 말했다. 요점? 요점이 뭐지? 그러고보니 요점이 뭔지 모르겠다. 요점이 없는 게 내 삶의 문제인가?
아니, 네가 말하는 요점은 그냥 네 기분이 나쁘면 안 좋은 거고, 네 기분이 좋으면 좋다는 거 아냐? 인기 인강강사의 용접공 비하 발언은 기분이 나쁘니 문제있고, 직업 서열을 조장하는 EBS 영상은 기분이 안 나쁘니 문제없다. 원래 기분이 좋냐 나쁘냐가 핵심이다. 카스트제도도 인종차별도 정치적올바름도 페미니즘도 채식주의도 대학서열도 직업서열도 사실은 전부 기분이 문제이다. 인종 혐오발언이 안 되는 이유는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장애인을 욕으로 쓰면 안 되는 이유는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여성을 음식에 비유하면 안 되는 이유도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편견이 직업 선택, 면접, 승진 등에 불이익을 줘서 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록 경제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100년 전에 비하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이 사회에서 경제적 불이익이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격차가 핵심이고 상대적 격차가 있으면 안 되는 이유는 내가 남보다 못하면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요점? 요점은 블로그에 쓸데없는 글을 쓰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절약한 시간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요? 그런 식으로는 요점이 더더욱 없는 삶이 되는 것 아닌가요?
원래 삶에 요점이란 없습니다. 유일한 요점은 그 끝에 있습니다. 시간낭비 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끝내세요.